
건강악화·국민통합 관점…정경심·MB·김경수 사면론 재점화
석가탄신일 文대통령 사면 마지막 기회…靑 "논의된 바 없다"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최근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와 천주교 인사들은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을 통해 정 전 교수와 이 전 대통령,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 요청을 담은 공식 탄원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불교계와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사회 원로를 중심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사면 요청도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이후 한동안 가라앉았던 사면론이 문 대통령 퇴임 전 마지막 사면 기회로 꼽히는 부처님 오신날(5월8일)을 계기로 재점화 되는 양상이라 문 대통령의 결단에 관심이 쏠린다.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 인사들은 불교 신자인 정 전 교수의 건강 악화를 우려하며 사면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 전 교수는 지난 10일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입학 취소 결정이 나온 이후 건강에 문제가 생겨 외부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검사를 받은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정 전 교수에 대한 사면 요청이 간헐적으로 제기됐지만, 종교계에서 문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사면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불교계 인사들은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사면 필요성을 함께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사회 갈등을 끊기 위해서라도 진보·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사들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의 청원 한 달 전에는 송기인·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 천주교와 시민사회계 대표 인사들이 정 전 교수와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을 요청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이자 문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 신부가 탄원에 참여한 점이 주목된다.
송 신부는 1972년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반독재 투쟁에 앞장선 재야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인권변호사 시절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회동 의제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청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퇴임 전 김대중 당선인의 요청을 수용하는 형태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했듯, 윤 당선인이 요청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집무실 용산 이전 논의가 집중되면서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사면 언급은 일절 없었다는 게 청와대와 인수위원회 양측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하지만 종교·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정 전 교수, 이 전 대통령,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 요청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퇴임 전 마지막 특사 단행을 결심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민사회수석실을 통한 각계 각층의 사면 요청 뿐만아니라 다양한 통로를 통해 특별사면 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석가탄신일 계기 특별사면이 가장 많이 이뤄진 점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4월30일 ▲2004년 5월26일 ▲2005년 5월15일 등 재임 중 세 차례 석가탄신일 계기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한 바 있다. 취임 기념을 겸했던 2003년 특사 때는 노동·시국·대공사범 중심으로, 2004년 특사 때는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 중심으로, 2005년 특사 때는 불법대선자금 사건 연루 경제인 중심으로 사면을 각각 단행했었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직 청와대 내부적으로 사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며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관련 입장 질문에 "사면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국민의 뜻을 헤아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