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퇴근시간 오후 6시 노려 발사한 정황
한국군 장사정포 요격 주장에 대응 측면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북한이 지난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하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공개 보도했다. 이를 놓고 북한이 한국군의 대북 선제 타격 주장과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 계획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6일 오후 6시께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전술 유도 무기 2발을 쐈다. 한미 연합군은 이를 포착했지만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미사일 크기가 작고 고도와 비행거리 역시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미치지 않아 한미 군 당국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가 한국군 군사 대비 태세의 빈틈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주로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왔기 때문에 한국군은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며 "따라서 만약 한국 국방부와 합참 간부 퇴근 시각 이후에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다면 이번처럼 현실적으로 한국군의 신속 대응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결국 북한이 만약 저녁이나 밤중에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한국군이 그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 타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처음부터 선제 타격 주장이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국내정치적 발언이기는 하지만 한국군의 빈틈을 실제적으로 확인하고 전 세계에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선제 타격론에 대한 전술핵 차원의 대응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이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 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신형 미사일을 내놨을 수도 있다.
한국군 당국은 한국형 아이언돔인 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를 2029년까지 개발해 2035년까지 실전 배치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장사정포 요격 체계는 북한군 장사정포(240㎜, 300㎜) 위협으로부터 수도권의 국가 중요 시설과 군사 보안 시설을 방어하기 위한 요격체계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형 미사일이 수도권을 겨냥한 것이라고 봤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고체추진제 단거리 미사일로 수도권과 접경지대 군사 목표를 타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행 고도가 낮아서 저고도 방어망도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는 북한의 대규모 방사포 공격에 대비해 우리가 개발을 추진 중인 LAMD 등으로부터 요격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신 위원은 "1차적으로 노후화된 240㎜급 방사포(사거리 70㎞ 미만)와 300㎜급 신형 대구경 방사포(사거리 200㎞ 수준)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는 군단급 화력 지원체계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사시 북한 지상군에 대한 화력 지원뿐만 아니라 유사시 천무 등 아군 주요 포병 자산에 대한 대화력전, 수도권 인근 한미 연합 주요 지휘 체계 등 핵심 군사 자산에 대한 정밀 타격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또 "신형 전술급 탄도미사일은 4연장 체계며 초대형 방사포가 지향했던 발사 속도(발당 20초 이내)보다 신속한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1분 이내에 4발 모두를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술적 임무 차원에서 일반 고폭탄과 분산 탄두, 관통형 탄두와 같은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북한 특유의 대남 경쟁의식이 발동한 측면 역시 엿보인다. 이번 미사일은 한국군이 보유한 한국형 전술 지대지 유도 무기(KTSSM)와 유사하다. 북한이 한국군 수준의 무기를 자신들도 보유했다는 점을 입증하려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