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놓고 신구권력 다툼·北 무력도발 안보 위기…국민 우려 커
더 시간 끄는 건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듯
[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찬 회동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전격 결정된 배경에는 신구권력 갈등에다 북한 ICMB 도발에 따른 안보 위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양측이 이를 해소 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27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오는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의제 조율없이 만찬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당선된 지 19일 만에 이뤄지는 회동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회동을 하기로 했지만 회동 4시간 전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윤 당선인측은 2명의 감사원 감사위원 등 인사권을 요구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회동이 무산된 뒤 청와대와 윤 당선인측은 청와대 청사 이전문제, 문재인 정부 말 공공기관·공기업 임원 인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등을 두고도 연일 전방위로 대치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지명하자 윤 당선인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용해 이 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기자들과 만나 "차기 정부와 일할 사람을 (정권)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일 갈등을 빚던 양측이 만찬회동에 전격 동의한 것은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타격을 줄 뿐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신구권력 충돌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데다 북한의 무력 도발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민생을 챙기기 보다는 정략적 기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어서다.
그간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간 만남이 대선 이후 10일 이내로 이뤄졌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19일 만에 이뤄졌다.
시간이 갈수록 국민적 피로도가 쌓일뿐더러, 민생 현안 문제보다 권력 다툼에 치우친다는 지적이 양측 모두에게 제기됐다.
청와대는 새 정부 시작부터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 윤 당선인측은 점령군처럼 행세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발로 국민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신구권력간 협력이 필수라는 여론도 높아졌다.
이번 대선에서 0.73%포인트라는 적은 차로 승패가 갈린 만큼 정권 이양기에 국민 통합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국론 분열만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특히 한국갤럽의 3월 넷째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5년간 직무를 잘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국민은 55%로 나타났다.(부정전망은 40%)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80% 안팎이었던 것과는 상당한 격차다.
아울러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6%가 찬성했고, 53%가 반대했다.
윤 당선인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러운 조사결과다. 이에 따라 서둘러 신구권력간 갈등을 끝내고 대통령과 회동을 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지 않으면 집권 초기부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