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오지여행가이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김성태 씨가 ‘히말라야에 美(미)치다’ 책을 발간한다. 책 발간에 맞춰 2022년 1월 4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22갤러리에서 출판기념회 겸 사진전을 연다. 전시회는 히말라야 곳곳의 장엄하면서도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절경과 고산유목민의 때 묻지 않은 원시적인 전통적 삶의 모습을 담은 작품 50여 점이 소개된다.
‘70세 은퇴 청년 히말라야를 걷다’
‘히말라야에 美(미)치다’의 저자 김성태는 30여 년간 일간지에 몸담으면서 주로 경제 분야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였다. 저자는 은퇴 이후에 트레킹 위주로 전 세계 오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사진작업을 하는 오지여행가이자 저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와 NGPA 등에서 사진공부를 했으며 사회공익적 사진집단인 ‘꿈꽃팩토리’ 소속으로 여러 사진기록 프로젝트와 개인 및 그룹 사진전시에 참여하며 사진작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5년 발간한 1편 ‘티베트에 美(미)치다’에 이은 2편 ‘히말라야에 美(미)치다’는 그동안 그가 다녀온 전 세계 오지를 책으로 선보이는 출판 프로젝트의 두 번째 책이며 파키스탄 K2, 낭가파르밧, 마지막 숨은 오지 돌포,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깊숙한 오지 구석구석을 걸으며 글과 사진으로 남긴 인문지리 기행서이다.
책 소개_
‘히말라야에 美(미)치다’는 오랜 기자 생활에서 비롯된 통찰력과 문장력, 그리고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포착한 원시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웅장하고 경이로운 히말라야의 생동감 넘치고 신비로운 풍광을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또 오래 전 시간이 멈춘 듯 옛 원형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목민들의 원시적인 생활상과 신비로운 티베트불교의 실상, 고산 세르파와 포터들의 애환을 현장감 있게 전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히말라야 관련 책들이 대부분 여행서에 그쳤다면 ‘히말라야에 美(미)치다’는 인문지리 기행서에 가깝다. 저자는 파키스탄 K2, 낭가파르밧, 히말라야의 숨은 오지 돌포, 에베레스트, 고쿄리, 촐라체까지 일반 여행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히말라야의 광활하고 내밀한 곳곳을 걸으며 꼼꼼히 기록했다. 히말라야의 역사 문화와 전통, 종교, 자연과 지리환경, 정치와 사회에 걸쳐 생생한 보고와 깊이 있는 설명을 덧붙인다.
책 본문 중에서_
흔히들 K2베이스캠프에 이르는 발토로 빙하를 ‘악마의 길’이라 부른다. 지옥의 문, 고통과 환희의 극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지 않는 거칠고 험한 길이다. 그래서 오지여행가나 트레커들에게 더 매력적인, 꼭 도전해보고 싶은 꿈의 장소로 자리 잡지 않았나 싶다. 황량한 무채색의 빙하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톱날 같은 거대 침봉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낯 선 아름다움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우주의 빅뱅이후 생성된 지구의 첫 모습 같다. 태곳적 신비감과 삭막함, 비장함이 묻어나는 거대산맥의 장엄미는 트래커 들의 혼을 빼 놓는다.
길이란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와 인연이 서로 교차하는 시공간이다. 그 길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땅바닥에 새겨놓은 사연이며 기억이다. 그래서 길은 수 없이 많은 발자국들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하나보다. 오늘도 쉼 없는 발자국들이 길 위에 흔적을 남기며 시간을 밀어내고 있다. 길 위에서 길을 묻고 길을 생각한다.지금까지 걸어온 길 들이 몽롱한 정신만큼 아득하게 먼 기억의 찌꺼기처럼 느껴진다. 걸음은 나의 일부가 되면서 땅과 호흡을 같이한다. 내딛는 발걸음에 내 의식이 잦아들며 빙하계곡 위를 스치는 바람이 되고 한 점 구름이 된다. 숨결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아간다. 가다가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지나온 길 위에 소중한 무엇을 버린 것은 아닐까? 발걸음을 붙잡는 알지 못할 미련과 아쉬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길 위에 흘리고 바람에 날려버린 내 생각 들은 의미가 있는 것인가...? 시작과 끝이 하나인 길. 도착하면 그 지점이 다시 출발점이 된다. 길은 계속 앞으로 가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을 갖고 태어난다. 길 위에 스며든 발자국의 여정은 곧 우리 네 삶의 궤적이다. 그 길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걷고 있는 내가 주인이 된다. 무념, 느림, 비움, 내려놓음, 침묵, 고독, 버림, 뒤돌아봄... 지쳤지만 길과 하나가 된 몸이 마침내 자유로운 사고를 할 때 그 순간을 영원히 지속하고 싶은 욕구가 내 정신을 수정처럼 맑게 한다.
K2 정상부근서 피어오르는 설연의 아름다움이 처연하다. 숨 막히는 장엄미에 태곳적 신비와 공포감이 깃든 거친 야성성이 묻어난다. 자연의 위대함, 태초의 순수성, 존재의 하찮음, 空(공), 無(무), 虛(허)... K2 앞에 서서 벅차오르는 감동에 두두둥둥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경이로운 K2의 웅자와 카리스마에 온 세상이 한 순간 시간을 멈춘 듯 숨을 죽인다. 찌르르 꼬리뼈에서 전율이 일며 뒤통수를 향해 회오리친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앞이 흐릿해진다.
새롭고 낯설거나 힘들고 위험 한 곳 일수록 도전과 모험심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오지트레킹이 가져다주는 짜릿함과 흥분 또한 이에 비례해 커진다. 이질적이고 낯설수록 매력적인 게 오지트레킹의 묘미다. 불확실성의 새로움, 한 시간 후, 내일, 모레,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어떠한 풍광이 펼쳐질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은 오지여행의 본질이다. 꿈과 호기심이 여행의 산파라면 새로운 발견과 체험을 통해 얻는 지식은 그 자식들이다. 그러한 체험을 통해 자기만족은 물론 나 자신과 인간의 삶에 대한 나름의 성찰을 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돌포는 트레커들이 지향하는 목표와 도전, 모험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나무랄 데 없는 코스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걸어 올라온 길이 뱀 꼬리처럼 곡선을 그리며 길게 이어지다가 언덕 밑으로 사라진다. 아스라이 끝이 안 보이는 길게 뻗은 길은 추억의 발자취로 생각이 담긴 발걸음의 잔상이다. 내 삶의 궤적을 보는 것아 괜히 맘이 설레기도 하고... 노마드! 떠나고 싶어 하는 유목민적인 원초적 본능이 아직 꿈틀거리며 살아있나 보다. 인생은 결국 모든 게 길 위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내가 다시 길 위에 서는 것도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희망을, 설렘을, 호기심을 키우며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이다. 인생여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을 길이나 여행에 비유하는 것도 이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