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드 코로나' 계기로 나랏돈 풀어 민간 소비심리 자극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넘길 것이라던 정부의 예측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7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내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정부는 남은 기간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맞춰 소비 진작책을 추진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수출 실적과 함께 정부의 재정 투입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면 10년 만에 성장률 4%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록 경신 행진 이어가는 수출…하반기 더 좋아져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9% 증가한 5232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 기간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기존 최대치였던 2018년(5052억 달러), 2014년(4766억 달러)의 기록을 훌쩍 웃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미 연간 수출액(5125억 달러)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기존 연간 최고 수출액은 2018년 기록한 6049억 달러다. 수출액 5000억 달러를 돌파한 시기(10월20일·293일)도 2018년(10월29일·302일)보다 빠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수출 규모가 더욱 커지는 점은 연말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소다. 올해 7~10월 평균 수출액은 550억1000만 달러에 달한다.
연간 무역액(수출액+수입액)도 지난달 26일 1조195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최단 기간에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 수치가 10월 중에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은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 무역 침체로 1조 달러를 넘기지 못했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무역액 1조 달러를 달성한 시점이 2018년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한 시점보다 20여일 빠르다"며 "지금 상태로 수출 호조세를 유지하고 애로들을 잘 관리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제 몫 하는 수출…성장률 달성 관건은 내수 회복"
이러한 수출 호조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과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우리나라의 평균 성장률은 1.7%로 주요 7개국(G7)보다 높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은 1.4%이며 선진국은 0.4%에 불과하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는 8026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한 단계 오른 순위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세계 주요국의 무역이 동반 성장하는 가운데 순위를 끌어올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정부가 올해 10년 만에 4%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이유도 이와 같은 수출 실적에 기인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1.7%, 0.8%로 집계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 7월 코로나19 4차 확산이 시작되면서 상황도 바뀌었다. 민간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3분기 성장률은 0.3%(속보치)에 그쳤고, 4분기 성장률이 1%대 초반을 기록해야 연간 4%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정부는 소비쿠폰 지급 재개, 상생소비지원금 지급(카드 캐시백), 유류세 20% 인하 등 내수 활성화 정책을 통해 4분기 성장률을 최대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나랏돈을 풀어 소비심리를 자극하겠다는 뜻이다.
재정 투입 효과는 일정 부분 나타날 것으로 점쳐진다. 상생소비지원금 사업의 경우 10월 한 달간 총 1488만 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5일 지급될 캐시백 예정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3025억원에 달한다. 앞서 정부는 이 사업의 예산으로 70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이달 재개되는 소비쿠폰 사업을 통해서는 약 2300억원이 추가로 시장에 풀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외식·숙박·여행·체육·영화·전시·공연·프로스포츠·농수산물 등 9종의 소비쿠폰 관련 예산으로 5500억원을 책정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되기 전까지 집행률은 약 59%였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내수 회복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3분기까지 수출 증가율이 약 26%인데 이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고, 수출액 증가 요인인 유가 상승 등의 영향까지 감안하면 2018년 기록한 최고치 경신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출은 제 몫을 하고 있다고 보면 내수가 얼마나 성장하는지에 따라서 성장률 목표 달성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며 "이달부터 진행되는 위드 코로나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를 주목해야 하고, 소비 회복세가 탄력을 받으면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