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감소로 징병제 가져갈 수 없어…한국형 모병제 검토"
이재명, 전면 모병제 반대하나 10만명 규모 선택적 모병제 수차 언급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돌아선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잡기를 위해 '한국형 모병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0대 남성은 조국 사태와 부동산 폭등 등을 겪으면서 심화된 부와 기회의 불균등에 불만을 표출하며 여권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달 10일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후 이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마련한 공약, 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준비한 공약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낙선한 경선 후보들이 내건 공약 중 수용할 공약도 함께 정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이 여야 박빙 승부로 펼쳐질 것으로 보고 '스윙 보터(부동층)'를 공략할 공약을 대거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7 보궐선거 패배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현상의 주역인 이대남을 달랠 방법으로는 한국형 모병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인구 감소로 징병제를 그대로 가져갈 수 없다"며 "한국형 모병제 공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2025년부터 준비해서 2032년에는 징집병 또는 전문병사를 양자택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고 밝혔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전면 모병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징집병과 전문 병사 선택제를 통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국민개병제도를 유지하면서 병역대상자가 단기간 복무하는 징집병과 중기 복무하는 전투부사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모병제'를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경선 당시 언급한 모병 규모는 10만명 정도다.
그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징집병 대신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과 군무원을 대체 투입하면 군의 전문성과 전투력을 강화하면서 징집 소요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징집병은 상대적으로 전투숙련도가 낮은 직위에서 복무할 수 있기 때문에 복무기간도 합리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도 부연한다.
이 후보는 전면 모병제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는 경선 당시 정책 기자회견에서 "단순 모병제로 전환하면 부자는 군대를 안간다. 가난한 사람만 간다. 이건 정말 안된다"며 "전면 모병제는 안된다. 징병제를 유지한다. 대부분 모병제로 전환해서 선택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겸 '청년과 미래정치위원회(가칭)' 위원장으로 청년 세대와 중도층 공략을 맡을 박용진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 평등하게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와 100대 기업 초봉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모병제'를 공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 비서실장인 박홍근 의원은 이 후보와 박용진 의원간 오찬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병제 등 박 의원 공약 계승 여부'에 대해 "모병제 얘기는 따로 말은 없었다"며 "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청년 문제와 미래정치 분야에 맞는 부분을 소화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