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기소
1심 무죄→2심서 유죄로 집유 선고
"文 평가한 것뿐…구체적 사실 없어"
"공적 인물 검증한 것…표현의 자유"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 전 이사장으로선 문 대통령이 가진 생각을 평가한 것이고, 이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 재판부 판단이다.
비록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북한과 연관돼 사용되긴 하나, 우리나라 질서를 위협할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없는 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만으로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공산주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정치적 상황에 관한 견해일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 과정에서 벌어진 검증으로 봐야 하며, 이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대법원 관계자는 "정치적 이념의 경우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될 수 밖에 없어 증거에 의해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 등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4일 한 보수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과거 부림사건을 변호했고, 그것은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해당 사건을 수사한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용어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돼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중 원 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실에 기초한 공산주의자 취지 발언 역시 논리 비약으로 모두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념 갈등 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고 전 이사장 발언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림사건은 지난 1981년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교사와 학생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과 고문을 통해 19명을 구속한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부림사건의 재심 변호를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