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국회의장회의서 경제·평화·방역 총망라 외교
미수교국 쿠바와 접점…한·오스트리아 MOU 추진
경제·한반도·방역외교 전력…'언론중재법' 관심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5박7일간의 오스트리아 빈 공식 방문을 마치고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지난 4일 출국한 박 의장은 오스트리아 하원과 국제의회연맹(Inter-Parliamentary Union, IPU)이 공동 주최하는 제5차 세계국회의장회의에 참석해 전세계 24개국 의회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경제와 한반도 평화, 코로나19 방역·백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의회외교 강행군을 했다.
이번 순방에서 박 의장은 볼프강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하원 의장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사흘간 폴란드·카자흐스탄·네덜란드·인도네시아·베트남·아제르바이잔·아랍에미리트·터키·키르키스스탄·바레인·몽골·포르투갈·러시아·이탈리아·케냐·인도·벨기에·아일랜드·이집트·쿠바·조지아·모잠비크·아르메니아 등 24개국 25명의 의장급 인사들과 만났다.
특히 미수교국인 쿠바의 아나 마리아 마리 마차도 부의장과 양자 회담을 갖고 양국간 의회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과 수교 중인 쿠바와 한국 의회의 접점을 만드는 데 박 의장 측은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간 5일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박 의장은 동포 간담회 후 6일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하원 의장과 양자 회담을 갖는 것으로 공식 일정의 스타트를 끊었다.
양측은 한·오 수교 130주년을 맞는 내년 양국 의회간 양해각서(MOU) 체결에 의견을 모았다. 특히 116개의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을 보유한 중소기업 강국인 오스트리아와 한국 간 ICT, DNA(Digital-Network-AI), 전기차, 수소산업 등의 첨단산업 분야 경제협력 강화에도 교감을 나눴다.
이어진 각국과의 양자회담에서도 경제협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폴란드의 토마슈 그로즈키 상원의장과 회담에선 폴란드 신공항,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 진출 지원을 주문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 배석한 폴란드 원전 관계자가 우리 기업의 UAE 원전 운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인도의 옴 비를라 하원 의장과 만나서도 인도의 소프트웨어·ICT와 한국의 정보통신·AI·빅테이터 산업 협력을 제안했다. 방위산업 분야 협력 확대도 주문했다.
코로나19 백신외교와 한반도 평화 문제에도 집중했다. 회담 자리마다 한국의 3T(진단-추적-치료) 방역 시스템에 관심이 쏟아져 박 의장이 일일히 소개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도 주문했다.
벨기에의 첫 여성 상·하원 의장인 스테파니 도스 상원 의장, 엘리안느 틸리유 하원 의장과의 회담에선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의 안정적 공급을 당부했다. 벨기에가 유럽연합(EU) 본부 소재지인 만큼 EU 차원의 지속적인 대북 관여 노력도 요청했다.
브엉딘후에 베트남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선 양국간 경제교류에 대해 논의한 뒤 베트남 측의 요청으로 수행원을 물린 채 비공개 추가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남북관계 문제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신남방정책 핵심 거점인 인도네시아 푸안 마하라니 하원의장과 만나선 전투기 등 방위산업 협력 강화를 역설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국회 조기 비준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주요국에 오는 12월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의회포럼(APPF) 참석 및 상호 방문을 권하며 의회교류 활성화의 물꼬를 트는 데도 부심했다.
아울러 7일과 8일 이틀간 열린 세계국회의장회의에서 박 의장은 '다자주의' 원칙 하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협력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한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가교국가로서 모범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한 해 연기된 이번 회의에는 IPU 회원국 179개국 중 115개국에서 86명의 국회의장이 직접 참석했다.
진통을 겪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하원 의장이 해당 법안을 통해 SNS 상 가짜뉴스 통제가 가능한지 물었고, 박 의장이 여야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세계국회의장회의 세션에서 가짜뉴스 조치와 관련해 벨기에 상원 의장이 발표를 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각국이 소위 가짜뉴스, 페이크 뉴스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순방에서 각국의 양자 회담 요청이 쇄도한 탓에 박 의장은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박 의장은 "많은 국가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장의 면담을 요청한 것은 한국의 국력 때문"이라며 "한국의 위상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의장실 고위 관계자는 "경제영토를 넓히는 국익외교,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지속적 협력기반 확대, 코로나19 국제 연대와 백신공조에 중점을 뒀다"며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세계 의회지도자급이 만나는 자리를 십분 활용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데 힘을 쏟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오스트리아 방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과 고윤희 국회 공보수석, 김형길 외교특임대사, 곽현준 국제국장, 최만영 연설비서관 등이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