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집값 안정에 기여" vs "효과 크지 않아"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사전청약 규모를 기존보다 10만 가구 이상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공공주택에만 도입한 사전청약 제도를 민영주택으로 확대해 올해 하반기부터 신청을 받는다. 정부는 이를 통해 '패닉바잉'(공포매수)을 잠재운다는 계산이지만 집값 안정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공공택지 사전청약 확대 방안'을 통해 2024년 상반기까지 10만10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조기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한 물량 6만2000가구(2021년 3만2000가구, 2022년 3만 가구)에 더해 총 16만3000가구를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이 중 수도권에서만 총 13만30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할 예정인데 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수도권 민간 아파트 일반 분양물량인 11만3000가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정부는 기존에 공공분양에만 적용하던 사전청약 제도를 민간시행 사업으로까지 확대했다. 민간분양은 공공분양보다 중대형 평형 비중이 높고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민간 브랜드가 공급되는 만큼 수요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지난달 시작한 올해 1차 사전청약에서는 전체 물량 4333가구 중 중대형 물량이 73가구(1.7%)에 불과했는데 민간 참여가 확대되면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사전청약제도는 본 청약 1~2년 전에 미리 청약을 진행해 입주자를 선정하는 제도로, 주택 매수심리를 줄여 집값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사전청약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청약시장에 수요를 묶어두면 기존 주택 매수세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민간 아파트까지 사전청약을 확대한 것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대한 위기의식이 녹아들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의 잇따른 공급정책에도 불구하고 주간 상승률이 0.21%(8월 셋째 주)까지 치솟으며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지연되고 있는 수도권 분양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민간 청약 대기수요의 사전청약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무주택 세대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입지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라며 "민간의 참여로 다양한 면적과 민간 브랜드의 참여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사전청약은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라며 "사전청약 당첨자를 중심으로 '조기 내 집 보유효과'가 나타나 매매시장 쏠림현상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사전청약이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아닌 예약 시기만 앞당기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약대기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전세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사전청약 물량을 늘리면 장기적으로는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당장 사전청약 조건을 갖추기 위해 전세에 눌러앉는 수요를 많이 발생시켜 전세난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지금 전세값이 올라가는 추세에서 사전청약으로 입주 대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전세시장 안정 대책이 같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번 사전청약에 1만4000가구를 포함한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의 경우 실현 가능성에 변수가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도시 신규택지와 달리 도심 정비사업은 토지와 건물 등의 소유권에 엮인 이해당사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사업예정지의 전체 토지확보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사전청약이 이뤄지면 문제점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3080 플러스 공공사업에 사전청약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해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