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6.19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변강쇠와 옹녀 - 제 1 강 : 요본 (搖本)

URL복사



무제 문서






제 1 강 : 요본 (搖本)


변강쇠와 옹녀










홍 경 호


충북 제천 출생

서울대 및 동 대학원 졸업.

빈(Wien)대학에서 수학하고,

고려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교수.

1991년 장편소설 ‘녹색꿈을 찾아서’로

현대소설 신인상 수상.

헤럴드경제에 역사소설을 연재중이며,

주요 작품으로 역사소설 ‘진시황제’(전3권) ‘공자와 여자’(전2권) ‘우암 송시열’ 등과 ‘세 치 혀’ ‘발톱’ 등이 있다.






건달이 장가를 갔다. 신부는 강 건너 마을에 사는 양가(良家)의 딸로 어디 한 군데 나무랄 데 없는 아름답고
참한 규수여서 누가 보더라도 신부가 손해보는 혼인이었다. 하지만 첫 밤을 보낸 뒤에 정작 혼인을 잘 못 했다고 불만스럽게 여긴 쪽은 신부가
아니라 오히려 신랑이었다. 신부가 너무 순진하고 꽉 막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신랑은 장가를 들기 전부터 기방 출입도 잦았을 뿐더러 이런 저런 여인들과 재미도 제법 많이 본 끝이라 남녀의 일에서는 이미 달통한 건달이지만
신부는 그 일에 있어서는 아직 콩과 보리도 제대로 구별할 줄 모르는, 소위 숙맥불변(菽麥不辨)이었다.

그렇다고 첫 밤을 못 치른 것은 물론 아니었다. 순진한 신부는 신랑이 주문하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그녀는 어서 옷을 벗으라는
신랑의 재촉에 부끄럽고 수줍으면서도 옷을 벗었고, 문을 열어야 들어갈 것이 아니겠느냐는 신랑의 주문에 얼른 다리를 벌려서 길을 터주기도
했다. 드디어 신랑의 그것이 제 길로 들어서서 한껏 재미를 맛볼 차례에 이르렀다.

신랑은 슬근 슬근 힘을 주었다. 그쯤 되었으면 신부가 엉덩이를 흔들고 콧소리를 내어서 화답을 해주어야 그 맛이 몇 배로 커질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신부는 그렇게 할 줄을 몰랐다. 요본 질과 감창을 모르는 여자와 치르는 그 덤덤한 잠자리라니!

여자의 등급은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색경(色經)’에서는 착, 온, 치, 요본, 감창, 속필에 의해서 그것이 정해진다고 한다. 여자의 그곳은
좁아서 꽉 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착(窄), 그곳은 항상 따뜻해야 하므로 이것을 온(溫), 여자의 그것은 사내의 물건을 날카로운
이빨로 깨무는 것과 같아야 하므로 이것을 치(齒口), 여자는 또한 엉덩이를 잘 흔들어 사내의 흥을 돋구어줄 줄 알아야 하므로 이것을 요본(搖本),
좋을 때는 소리를 내어 겉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 흥얼거림을 감창(甘唱), 마지막으로 여자는 쓸데없이 오래 끌지 말고 빨리 끝내고
얼른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속필(速畢).

여자가 사내에게 줄 수 있는 이 여섯 가지 즐거움 가운데에서 착과 온과 치와 속필은 선천적인 신체 구조와 관련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지만
요본과 감창은 그 회수가 거듭될수록, 그리고 여자의 재치와 머리 회전에 의해서, 또한 그 숙달여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발전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건달의 아내는 어떻게 된 여자인지 요본과 감창에서는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전혀 가망이 없는 여자였다. 처음이라 그렇겠지,
다음 번에는 좀더 나아지겠지. 사내는 일을 벌릴 때마다 요본과 감창을 주문해 보지만 여자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내는 절망했다. 이런 여자와 일생을 함께 하느니 차라리 일찍 갈라서는 것만 못하다. 사내가 결단을 내리고 친정으로 돌아가 살도록 좋은
말로 달래자 착하기만 한 아내는 그것이 영원한 이별을 뜻한다는 것도 모르고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사내는 아내를 친정에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처가로부터 시달림을 받지 않으리라는 얄팍한 계산에서였다.

그들은 강 앞에 이르렀다. 강물이 제법 많이 불어서 옷을 입은 채 건너기는 어려웠다. 여자는 신발과 치마를 벗어서 손에다 들고 강을 건너기
시작하고, 사내는 앞서서 걸으면서 가끔씩 뒤로 돌아서서 아내를 붙잡아 주었다. 물살이 거세어 자칫하면 물에 떠내려갈 판이었다.

손을 붙잡아 줄 때마다 치마를 벗은 아내의 희고 탐스러운 하체가 사내의 눈길을 끌었다. 집에서 함께 살 때는 눈에도 뜨이지 않던 것이 밝은
대낮에 백옥같은 물 속에서 보니 어쩐지 이상하고 싱숭생숭하다. 드디어 강을 다 건넜다. 사내는 치마를 입으려는 아내의 손을 잡아챘다. 기왕에
버릴 여자이니 마지막으로 한 번 재미를 보고 영 이별을 해도 늦지는 않으리라.

사내는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마땅한 곳을 찾다가 황급한 김에 아내를 자갈밭 위로 쓰러트리고 그녀가 미처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일을 벌리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자갈밭에서 사내한테 짓눌렸으니 등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뒤틀었다.

“아이고, 나 죽소, 나 죽소!”

그러나 사내의 귀에는 그 비명이 감창으로, 몸을 뒤트는 것이 요본으로 느껴져서 더 이상 그것을 주문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사내는 만족해했다.

“여보, 우리 집으로 돌아갑시다!”

사내는 의아해 하는 아내를 데리고 건넜던 강을 되 건너갔다.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 얼굴과 몸매는 끝내주는데 하는 짓이 좀 모자랐다. 여러 곳에서 청혼이 들어왔다. 부모는 청혼자들 가운데에서 인물이나
집안이 제일 좋은 한 청년을 골랐다. 혼례 날도 잡히고 다른 준비는 다 갖추어졌다.

이웃에 김씨 성을 가진 한 총각이 살았다. 처녀와 총각은 오랫동안 담을 격해 살아왔기 때문에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청년은 재미도
한번 못 보고 처녀를 그냥 보낼 생각을 하니 억울했다. 그런 어느 날 처녀가 김 총각 네 집에 들렸다. 청년은 좋은 기회라 여기고 수작을
걸었다.

“듣자하니 시집갈 날이 멀지 않았다면서?”

처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은 말을 이었다. “좋겠다! 하지만 만에 하나 첫 밤을 치르는 일을 연습해 두지 않았다면 큰일이다.”

“그것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첫 밤을 잘 못 치러서 쫓겨오는 신부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정말 그렇다면 낭패가 아닌가. 처녀는 곰곰 생각해 본다.

“그게 그렇게 어렵다면 잘 해낼 수 있는 방도를 가르쳐 줘야지…이웃에 사는 정리로도 그렇고…”

“가르쳐 주고말고! 가르쳐 줄 테니 따라 들어와!”

청년은 처녀를 이끌고 골방으로 들어가 어르기 시작했다. 처녀는 청년의 능숙한 솜씨에 점점 빨려 들어갔으나 아직 사내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내는 말했다.

“여자는 사내를 기쁘게 해주는 여섯 가지 즐거움을 갖추어야 사내한테 귀여움을 받는 거야.”

처녀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사내는 동작을 섞어가면서 일일이 그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청년의 설명을 다 듣고 난 처녀가 묻는다.

“나는 어때? 그 여섯 가지 기쁨 가운데 나는 몇 가지나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 같아?”

“다른 것은 그런 대로 괜찮은데, 요본과 감창에는 부족함이 많아.”

처녀는 시무룩해진다.

“경험이 없으니 그럴 테지. 무엇이든 부족한 것이 있으면 다 가르쳐 줘.”

“그것은 말로 가르칠 수도 없고, 또 단번에 터득되는 것도 아니니 시집가기 전에 자주 만나서 배워야지!”

처녀는 그때부터 총각을 자주 만나서 실습을 거듭했다. 무슨 일이든 부지런히 반복하면 달인이 되기 마련이라 처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드디어
혼례 일이 다가와 처녀는 신랑과 첫 밤을 치르게 되었다. 첫 밤이 중요하다고 했으니 정성을 다해서 신랑을 기쁘게 해주어야지! 신부는 단단히
벼르고 신방에 들었다. 화촉이 꺼지고 신랑이 그 일을 시작하자 신부는 신이 나서 요본과 감창으로 기분을 돋구어 주었다.

신랑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것은 도저히 숫처녀의 솜씨는 아니고, 틀림없이 먼저 거처간 자가 있다. 신랑이 누구였느냐고 닦달했으나 처녀는
잡아뗐다. 신랑은 화를 내며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런 낭패가 있나! 어머니가 연유를 꼬치꼬치 캐묻자 딸은 결국 실토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더냐? 아이고, 한심한 것!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떻게 그렇게까지 했느냐? 신랑이 김 총각이 아닌데 어쩌자고 그랬느냐?”

딸은 징징 운다.

“한참 숨이 넘어가는 판에 그것이 김 총각인지, 신랑인지를 가릴 경황이 어디 있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요본과 감창이다. 잘 해도 탈, 못해도 탈, 그래서 그것이 ‘색경’ 가운데에서도 가장 터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감칠 맛 나는 문체와 풍부한 어휘력으로 다수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홍경호
작가의 소설 ‘변강쇠와 옹녀’를 이번 호부터 연재합니다. ‘변강쇠와 옹녀’는 성에 대한 재기 발랄한 에피소드를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문체로 풀어낸 옴니버스 소설입니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李 대통령, 20조원대 2차 추경안 19일 국무회의 심의·의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추경안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에 주안점을 둔 제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될 예정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귀국하자마자 추경안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전날 국회에서 비공개 협의를 열고 22조원 수준의 2차 추경안 세부 내용을 최종 논의했다. 민생 회복을 위한 소비쿠폰(민생회복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1차로 보편 지급하고, 취약 계층에 대해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이 이 자리에서 확정됐다. 이 대통령은 순방 중에도 국내 경제 현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순방 기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강훈식 비서실장은 신속한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협력을 당부했다. 강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당정은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신속한 추경안 처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남창진 의원, 서울시 기술형 입찰 적정공사비로 수의계약 지양해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의정 활동 중인 남창진 의원(국민의힘, 송파2)은 17일 제331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상임위 건설기술정책관 소관 업무보고를 받고 고난이 기술형 입찰이 반복되는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것을 지적하고 정상적인 입찰이 되도록 개선을 주문했다. 남 의원은 2024년 7월부터 12월까지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설계심의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한 턴키 및 기술제안 입찰공사 중 3건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등 6건이 수의로 계약되고 ‘송파 창의혁신 공공주택 건설’ 1건만 경쟁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한 부분을 지적했다. 입찰 참여자가 없는 반복 유찰로 수의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낮게 책정한 공사비가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하며 대심도 사업의 경우 정부가 공사비를 감액 조정했지만 나머지 사업들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공사비를 산정했는데도 유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 의원은 공사를 기술형 입찰로 발주하는 이유가 경쟁을 통한 민간의 창의적 기술력을 도입하고 시공자가 직접 설계한 계획으로 공사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관리의 장점인데 창의적 기술력은 빠지고 행정 편의만 추구하는 기술형 수의계약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

문화

더보기
삶을 바로 세우는 경제적 철학과 실행 전략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부의 메신저’를 펴냈다. ‘부의 메신저’는 정은영 저자의 치열하고도 생생한 생존의 기록이자,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경제 전략을 담아낸 책이다. 보험설계사, 자산관리사, 분식점 운영자, 디벨로퍼 투자자 등 다방면의 실전 경험을 통해 저자는 ‘돈에도 무게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고, 그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경제적 습관과 태도를 독자에게 제안한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 투자, 수익 파이프라인 구축, 연금 설계 등 현실에 기반한 조언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실천 지침으로서 힘을 가진다. 남편의 희귀 난치병 진단, 권고사직, 어린 두 아이의 양육. 인생의 봄날을 맞이할 나이인 서른두 살에 저자 정은영에게 닥친 현실은 혹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저자는 ‘죽으려니 살길이 보이더라’며 삶을 포기하는 대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살아남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지금, 그는 무일푼의 여성 가장에서 20억 자산을 일군 현실 속 ‘부의 메신저’로 거듭났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며, 단순한 자산 증식이 아니라 ‘진짜 부자’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로 나아간다. ‘사랑해야 진짜 부자다’라는 제목처럼, 자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국민이 선택한 이재명 정부 경제 현안 해결 정책에 중점 둬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6.3 조기대선에서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갔다. 6.3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 5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빗나갔지만 49.42%의 득표로 41.15%를 얻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1천728만표를 얻어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득표의 배경으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은데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당초 예상보다 7% 포인트 정도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수진영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이라는 본헤드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고 나라를 거의 망쳐버린 윤 전 대통령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이재명 대통령의 향후 직무수행에 여론조사 결과 70% 정도가 ‘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6월 둘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이 앞으로 5년 동안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