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에 "걱정과 기대 교차"…"검증 안 됐지만, 이미 바람 타"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이준석 돌풍'을 놓고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의 변화와 혁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데 이 전 최고위원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지만, 이번 당대표가 내년 대선 정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점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당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이미 전달이 됐지만, 안정감 있게 대선 관리를 할 수 있게 가야 한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약진이) 당이 변하라는 새바람 정도로 끝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데 대해서도 "유승민 전 대표를 후보로 만들고,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은 불쏘시개로 쓰려는 것 아닌가. 계파에 속해 있는 사람이 당대표 되면 어떡하나"라며 "대선 정국에선 고도의 대선 관리를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준석이 대표가 된다면 이건 변화를 뛰어넘은 변혁으로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면서도 "걱정과 기대가 교차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대선 경선과 본선을 잘 관리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대다수 당원들 (생각)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 영남 초선 의원은 "저희들이 볼 때는 어떤 분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합심할 것이며, 어떤 대통령 후보가 나오더라도 표가 흩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다른 분을 지지하고 있다"면서도 "(이 전 최고위원 돌풍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시대의 흐름에 맞다. 대선 관리 능력은 그분도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 평론가와 당 관계자들은 전당대회 구도가 지역과 계파 간 갈등에서 세대교체 갈등으로 전환된 점을 들어 "싫든 좋든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바람을 탔다"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이) 안 된다고 해서 중진을 뽑자니 또 꼰대로 갈 것 같고, 다른 대안은 없고, 소위 진퇴양난"이라며 "어쨌든 당을 변화시키고, 국민들로부터 '구태정당'에서 새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는 이준석만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내년 대선을 지휘하는 데 있어선 민주당에는 행운일 수 있다. 아무 검증도 안 됐고, 당이 사분오열로 갈 수도 있다"며 "국민의힘은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 전 최고위원이나 초선을 전진 배치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 지형이 이렇게 퍼포먼스를 하면서 변화를 주는 것"이라며 "계파 간 갈등이 젊은 바람이 불면서 잠시나마 세대교체 쪽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이게 이번 전당대회에서 달라진 모습인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을 뽑는 건 모험이다. 검증이 안 됐다"며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은 이유는 이미 세대교체 바람을 탔기 때문이다. 반대하면 '신구 대결'에서 낡은 정치 프레임에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된다. 싫은 좋든 (그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