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위안부’를 자발적으로 계약 맺은 ‘매춘부’로 규정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미국, 유럽 등에서 국제적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이를 옹호하고 나섰던 연세대와 한양대 교수들이 어떠한 제재 없이 여전히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학계의 안일한 역사의식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교수 퇴출 운동까지 이어져
지난 2월 18일 조 필립스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부교수와 조셉 이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멧에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망언 논란과 관련,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취지의 공동 기고문을 게재하여 램지어 교수를 옹호하고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인해 한양대 학생들은 해당 교수의 퇴출 운동까지 진행했다.
지난 3월 3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한양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셉 이 부교수의 수업을 거부하고 재임용 철회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송현정 한양대 정외과 학생회장은 “‘조셉 이’ 부교수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일본군 위안부 망언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삼은 인물이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만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말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인물”이라며 재임용 철회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학과 동문도 나서 이 교수의 재임용을 철회해달라며 서명운동을 벌였는데 한양대 재학생 및 졸업생 약 1628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민주동문회도 “조 필립스 부교수가 기고문을 통해 램지어 교수의 왜곡된 주장에 동조하는 논조를 펴 연세대를 망언의 온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필립스 부교수와 램지어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탐구한 뒤 성찰과 반성을 한 후 한국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동문회는 “2019년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는 류석춘 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망언에도 학교 측은 미온적으로 대응해 이번에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비난했다.

여전히 강단에 서 있는 조 필립스 · 조셉 이
램지어 교수를 옹호한 교수를 비판한 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연세대와 한양대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논란이 자연스레 수그러들기를 바라는 눈치다.
한양대 미디어 전략센터 관계자는 “정치외교학과 학생들과 동문의 주장에 대해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한다”는 입장 뿐이다.
현재 두 학교의 교수 모두 정상적으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잇따른 규탄성명 … 위안부 역사왜곡 바로잡아야
얼마 전 램지어 교수 논란에 대한 일부 대학교와 사학계의 입장이 있었다. 지난 3월 15일 경북 대학연합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일방적 역사 인식에 근거한 논문을 자진 철회하고 상처받은 피해자들과 대한민국에 진심으로 사죄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18일에는 한국역사학회와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등 48개 단체가 “램지어 교수는 학술 논문이 지켜야 할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라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24일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총학생회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왜곡한 램지어 교수를 규탄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 회장도 “교수라는 사람들이 거짓을 진실인 양 얘기하고 남의 아픔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면 그것을 배우는 학생들이 이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올바른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겠냐”며, 램지어 교수와 왜곡된 위안부 역사를 주장하는 국내 교수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 회장은 태평양전쟁에서의 일본 만행을 알리고 그 희생자들의 발자취를 제대로 밝혀내어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을 앞장서 왔다.
한편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 연행에 또다시 부인하고 나섰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2007년 3월 16일 질문주의서(일본 국회가 내각에 제출하는 문서 형식의 질문) 답변에선 위안부 관련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는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 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것과 같은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