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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와 옹녀 - 제13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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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강 젖가슴으로 총각의 손 녹여주다가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 그러니 소박 맞고 시집에서 쫓겨온 여인들에게 어찌 변명이나 할말이 없으랴.
여자만 그런가. 사내들도 마찬가지이다.



도둑이 우시장에서 소를 훔쳐서 집으로 끌고 왔다가 관에 붙잡혔다. 왜 소 도둑질을 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 그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내가 소를 도둑질했다고요? 천만에,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소. 나한테는 아무 죄도 없소.”



“우시장에서 소를 훔치지 않았는가?”



“그건 훔친 것이 아니오!”



“훔친 것이 아니라고?”



“우연히 우시장에 나갔다가 땅바닥에 썩은 새끼줄 하나가 보이기에 주워왔을 뿐이었는데, 그 새끼줄 끝에 소가 매달려 있을 줄 누가 알았겠소?
그까짓 새끼줄 하나 집으로 가져온 것이 죄가 된다는 말이오?”



남의 여편네와 재미를 보다가 덜미를 잡혀서 붙잡혀 온 사내의 변명.



“마침 한가하고 졸리기에 엎드려서 낮잠을 자는 중이었는데, 그 배 밑에 여자의 배가 있을 줄은 몰랐소. 그것도 죄가 되오?”



소박 맞고 쫓겨온 여인들의 변명은 어떠할까. 한 여인의 호소는 이렇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쫓겨나서 너무 억울해! 한번은 시어머니가 피우던 담뱃대를 털어 오라고 하기에 그것을 털려고 바깥으로 나갔지.
바깥에 나갔더니 마침 커다란 돌멩이 하나가 보이기에 그 돌에다
대고 담뱃대를 털었어. 그런데 그것이 돌멩이가 아니라 시아버지의 대머리일
줄이야!”



다른 여인이 그 말을 받는다.



“시아버지 머리통을 돌로 잘못 알고 그곳에다 담뱃대를 털어서 머리를 다치게 했으니 그럴 만도 하네. 거기에 비한다면 나는 정말 억울하다니까!
시할머니가 화로에 불을 담아오라고 하기에 화로를 들고 나간다는 것이 체를 들고 나가서 거기에다 불을 담았다가 쫓겨났거든.”



또 다른 여인이 그 말을 받는다.



“체를 화로로 잘못 알고 거기에다 불을 담았으니 체가 다 타버렸겠네. 그렇게 조신하지 못한 며느리라면 쫓겨나도 당연하구먼. 정말 바보짓을
했구먼. 거기에 비한다면 나는 좋은 일을 하고서도 쫓겨났으니 너무 너무 억울하고 어이가 없어.”



“좋은 일을 하고 쫓겨나다니?”



“하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어떤 총각이 추위에 손이 꽁꽁 얼어서 하도 추워하기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좋은 일 한번 해본답시고
총각의 꽁꽁 언 손을 내 가슴에다 넣고 녹여준 것이 화근이었어. 정말, 그뿐이었다니까!”



정말 그것뿐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지긋지긋한 것이 무엇일까. 입장에 따라서 다르므로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며느리의 입장에서라면 무엇일까.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 지긋지긋한 잔소리를 면할 수 있을까.



말할 것도 없이 잔소리를 들을만한 꼬투리를 잡히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조심하고 조심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시어머니는 용하게도 그것을
잘도 찾아낸다. 며느리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삐딱하게 보니 잘도 보일 수밖에.



젊은 며느리가 이웃집 총각 녀석과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시덕거렸다. 별로 난하거나 추잡한 농담도 아니고, 같은 동네의 젊은 남녀가
흔히 주고받을 수 있는 그렇고 그런 농담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시어머니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별것도 아닌데 시어머니는 그 사실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서 툭하면 그 일을 입에
올리곤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조금이라도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그 일을 끄집어내어서 며느리의 기를 죽였다.



“네가 아무개 총각녀석과 시시덕거렸겠다. 네 남편한테 일러바치고야 말겠다!”



시어머니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면 며느리는 죽을 맛이었다. 조금만 마음에 맞지 않다 싶으면 시어머니가 그 일을 들먹이니 며느리가 어찌
오금을 펴겠는가.



그런 어느 날, 마침 시어머니는 출타중이고 며느리 혼자서 수심에 잠겨서 집을 지키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안 노인이 놀러왔다. 조금 전
외출을 하면서 시어머니가 또 그 이야기를 꺼내어 속을 뒤집어 놓고 나갔기 때문에 며느리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이웃 노인은 눈치를 채고
물었다.



“시어머니는 어디에 가고, 새 각시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는가? 그런데 무슨 걱정이 있어서 각시의 얼굴 표정이 그런가?”



며느리는 참을 수 없어서 이웃 노인에게 하소연을 했다.



“아무개 총각과 한번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는데, 시어머니께서 그것을 꼬투리 잡아서 들볶아대니 정말 못 살겠습니다요.”



그 말에 이웃 노인은 혀를 찬다.



“알겠어. 그래서 얼굴이 그 모양이었군. 이거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 아닌가?”



며느리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똥 묻은 개는 누구며, 겨 묻는 개는 또한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요? 저는 도무지…”



안 노인은 신이 나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한다.



“각시의 시어머니가 젊은 시절이었으니까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어. 그때 각시의 시어머니는 동네사람들로부터 조리돌림을 당한 적이 있었어.”



“조리돌림이라니요?”



“각시는 그것도 모르나? 각시의 친정 동네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가? 행실 나쁜 여자의 등에다 북을 지워서 둥둥 북을 울리게 하면서 동네를
돌게 하는 벌을 몰라? 그 무렵 각시의 시어머니가 재 너머에 사는
김풍헌과 놀아나다가 들통이 나서 커다란 북을 등에 지고 동네를 세 바퀴나
도는 조리돌림을 당했다 그런 말일세.”



커다란 북을 등에 지워서 북을 둥둥 울리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는 외간남자와 놀아났소’ 하고 고하도록 했다면 그 때 시어머니의 행실이
과연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며느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시어머니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며느리는 이웃 노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잘 기억해 두었다. 그 후에도 시어머니의 구박과 엄포는 여전해서 며느리는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마침내 그것을 입에 올리기로 했다.



“어머님께서도 젊은 시절에 좋지 못한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요…그게 사실인가요?”



뚱딴지같은 질문에 시어머니는 펄쩍 뛴다.



“누가 그따위 있지도 않았던 일을 입에 올린단 말이냐?”



“이웃의 아무개 노인이 놀러 오셨다가 말씀해 주시던 걸요. 옛날 이야기 라면서. 그때 어머님께서는 재 너머에 사는 김풍헌과 그렇고 그런
일이 있어서 그 때문에 커다란 북을 등에 지고 동네를 돌았다면서요? 그것도 한두 바퀴가 아니라 세 바퀴씩이나요!”



그 말에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진다.



“남의 일이라고 그 할망구가 마음대로 보태어 말했구나! 북을 지고 동네를 돈 적은 있지만 그것이 뭐 그리 큰북이라고 그런 말을 해? 북이라고
해봐야 누룩 만한 아주 작은북이었는데… 그리고 겨우 두 바퀴 반을 돌았을 뿐인데, 누가 동네를 세 바퀴나 돌았다는 말이냐? 그렇게 함부로
마구 보태어 말해도 되는 거냐? 안 그러냐?”



“그건 잘 모르겠지만, 과연 그런 일이 있기는 있었군요.”



그 후로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이웃 총각 녀석과 시시덕거리던 일을 거론하지 않았다. 거론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현명한
며느리라면 이 이야기에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쯤 슬쩍 침을 놓는 것은 괜찮겠지만 눈에 불을 켜고 시어머니의 행실을 살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남의 허물을 꼬투리 잡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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