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까지 예견해 운전할 주의 의무가 없다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30대 여성운전자가 무단횡단을 하던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30일(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혐의로 기소된 A(37·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월 23일 오전 6시 28분경 경기도 부천시 한 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적색 신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B씨는 보행자 신호가 붉은색일 때 무단횡단을 했고, A씨의 승용차에 치인 뒤 도로에 넘어져 뒤따라오던 승합차 바퀴에 깔렸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0여 분만에 다발성 골절과 장기 파손 등으로 숨졌다.
A씨는 제한속도를 지키며 차량을 몰았으며 음주운전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운전 중에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 사고를 냈고, 사고와 B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B씨를 차량으로 친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고 당시 주변이 어두웠을 뿐 아니라 앞에 있던 차량에 시야가 가려 피해자를 미리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B씨는 당시 뒤따라오던 승합차에 깔려 사망했다"며 "1차 사고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호소했다.
사고 당시 해가 뜨기 40여 분 전으로 매우 어두웠고, B씨도 어두운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재판부는 차량 운전자에게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까지 예견해 운전할 주의 의무가 없다며 "피해자가 무단횡단한 시점은 보행자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기 직전이나 직후도 아니고 25초가량 지난 후였다"며 "운전자 입장에서는 반대편 인도에 있던 B씨가 무모하게 무단횡단을 한 뒤 중앙선을 넘어 도로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예견하긴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사고 당시 어떠한 교통법규를 위반하지도 않았다"며 "사고 직전 피해자가 보이자 거의 바로 반응한 점을 보면 주의가 흐트러진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도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