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08 (목)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산이야기

【오병욱 산 이야기】 산에서 배우는 인생(16) - 남산

URL복사

[시사뉴스 오병욱 칼럼니스트] 오늘은 남산이다. 2021년 신축년 첫 주말은 남산으로 정했다. ‘코로나19’로 모든 모임이 규제되고 있는 서울의 모습도 볼 겸, 점심을 먹고 충무로역으로 향했다. 새해 연휴의 한산함은 전철에서도 사람이 별로 없다. 충무로역에서 남산골 한옥마을로 들어서도 사람이 붐비지 않고 한가롭다. 


한옥마을을 지나고 남산의 안기부 자리였던 서울시청 별관을 지나 남산 둘레길로 올라, 남대문 방향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스팔트 길은 운동 나온 사람들만 간간이 보일 뿐, 평소의 주말보다도 사람이 적다. 한참을 가다 보니 와룡 묘가 나온다. 뜬금없는 남산의 와룡 묘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국의 제갈량을 모신 사당으로 일설에는 고종의 후궁 엄비가 자주 방문했다고도 한다.

 

근대의 혼란기에 얼마나 앞이 안 보였으면 제갈량의 지혜라도 빌리고 싶었을까 싶은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둘레길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계단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니 한성 성곽을 보수하고 있다. 


성곽 옆을 따라 계단 길을 오르다 보니 전망대가 나오고 옆으로는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남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서울시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박정희 정권 때 대한제분 사장을 지낸 한석진씨가 준비하여 1962년 설치한 것을, 그 가족이 이어받아 60년 가까이 운영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가슴이 씁쓸하다. 


서울 한복판의 공원으로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경관을 이용하여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니! 공공의 이익을 위한 노력은 개인의 이익 앞에 너무 미약하게 느껴져 누군가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얄밉기까지 하다. 


오르는 길은 대리석 계단으로 널찍하게 잘 다듬어져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5개의 봉수대와 팔각정, 남산타워가 우뚝 서 있고 간간이 가족과 친구들이 사진도 찍으며 새해 연휴를 즐기고 있다. 
태조가 조선을 세우면서 고심한 한양의 모습과 경복궁에서 바로 바라보였을 봉수가, 육백 년 전의 도읍을 정하던 때의 상상도 된다. 


서울 시내 쪽 전망대에는 사랑의 열쇠로 한가득 채워져 있다. 그 많은 열쇠를 보며 남산이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사랑이 잘 꽃피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 내게 사랑이란, 정호승 시인이 쓴 ‘연인’이란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잘 그려져 있다. 이 책은 ‘어린 왕자’와 마찬가지로 각박한 세상에서 상처받아 삶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향한, 사람과 사람이 인연을 맺어가고 삶을 풀어가는 해법에 대한 동화 같은 이야기다.


소설은 ‘검은툭눈’과 ‘푸른툭눈’이라는 운주사의 물고기 모양 풍경이 서로 인연을 맺어 사랑을 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다가 상대방에 대한 자의적인 생각이 오해를 낳게 되고 ‘푸른툭눈’은 운주사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푸른툭눈’이 세상에 나가 여러 고생을 하며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 중의 한 구절이 가슴을 친다. 
“상처 없는 아름다움은 없다. 진주에도 상처가 있고,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장미꽃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그 상처 때문이다.”
“인생이 아픔인 것은 만남이 있기 때문이며, 만남은 신비하다. 그리고 사랑도 신비하다. 만남을 통해서 누구나 삶의 신화를 쓰기 시작한다.” 했듯이 만나고 헤어짐은 인생에서 필연이기 때문이다.


정상의 풍경을 뒤로하고 남산 주차장에서 국립극장 쪽으로 내려오다가 오른편 숲길로 들어서면 산림욕장이 나온다. 여름이면 깊은 숲 그늘 밑에서 시원하게 낮잠 한잠 잘 수도 있다. 이곳부터는 한남동 위쪽의 숲길을 통해 다시 남대문 쪽으로 이어진다. 메타세콰이어 숲도 있고, 잡목 숲도 있고 소나무 군락도 보이며 산속 숲길의 겨울 풍경을 거닐며 다시 돌아 남산 도서관 주차장 쪽으로 나온다. 


옛 어린이회관 건물 주위는 안중근 동상과 기념관, 안중근 의사의 말씀들이 비석으로 서 있다. 조선이 일제에 의해 병탄 당한 울분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형무소에서 숨져간 대한의 영웅, 역사는 안중근을 기억하고 있지만, 안중근을 지원한 최재형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는 이제야 조금 알려져 있다.


최재형은 1860년대 말 최초의 고려인 이민자로서 노비의 자녀로 출생했다. 고아로 러시아 상선 선장의 도움으로 러시아에서 교육받아 각고의 노력 끝에 1900년대 초 러 · 일전쟁으로 인한 특수로 군수 산업 분야에서 큰돈을 벌어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연해주 굴지의 거부가 되어 연해주 독립운동의 중심에 섰다 한다. 


최재형이 설립한 동의회 산하 의병부대인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뒤에는 최재형이 있었다. 안중근은 최재형의 집에서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동맹을 하고,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최재형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 주살을 모의한다. 


당시 하얼빈은 중국의 영토였지만 러시아가 조차해서 다스렸다. 하얼빈에 이토 히로부미가 오니 최재형은 그의 사살 장소를 하얼빈으로 정해, 안중근은 최재형의 집에서 권총연습을 한다. 최재형은 안중근에게 권총을 사주고 안중근 거사 후 일본이 관할 하지 않는 러시아 법정에서 재판받도록 계획하고, 안중근의 변호인도 준비했다. 


그러나 안중근이 1910년 일본 법정의 불법재판 끝에 순국하자, 최재형은 자신이 안중근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자책감을 느껴 안중근의 처자들을 보호하였다. 최재형은 조선에서는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오로지 한인들을 위해 살았고 엄청난 자금을 독립운동에 쏟아부었다. 


안중근 기념관 아래쪽의 남산공원은 한양 성곽과 수크령 언덕, 넓은 잔디와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 이시영 선생의 동상 등이 어우러져 일제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수고한 분들을 기리는 장소로 훌륭해 보였다. 역시 한 나라의 국력이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며 뒤처지지 않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리라.

 


요즘 읽은 ‘조관희 교수의 중국사’를 다시 보며 느끼는 것은 근대 격변기의 중국이 내건 중체서용(中體西用), 조선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의 명분도 모두 힘에 의해 이루어지며 힘없는 구호는 약한 자의 미사여구일 뿐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음이리라.


역사의식을 안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택동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파키스탄 "인도, 카슈미르 수력발전 댐 공격"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파키스탄과 인도 양국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인도가 파키스탄의 중요한 수자원 인프라를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파키스탄군은 인도가 자국의 댐을 무력공격 표적으로 삼았다고 7일(현지 시간) 외신이 밝혔다. 파키스탄 매체인 사마(SAMAA) TV, 데일리쿠드라트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군 홍보기관인 ISPR의 대변인 아흐메드 샤리프 초드리 중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도가 전날 밤 인더스강 지류이자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닐럼강 소재 닐럼-젤럼 수력발전소, 특히 발전소의 핵심인 노세리댐을 목표 삼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댐의 구조적인 손상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초드리 중장은 인도가 파키스탄의 중요한 수자원 인프라를 공격 목표로 삼으려는 시도가 국제 협약 등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인도 전투기 5기 격추 사실을 밝히며 "우리 군은 짧은 시간 내 적절한 대응을 했다. 파키스탄 공군은 인도 항공기의우리 영토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스스로 방어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휴양

정치

더보기
김문수 "국힘 지도부, 강제 후보 단일화 손 떼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 지도부는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며, 강제 단일화는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대선후보는 8일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 로드맵'을 추진하는 당 지도부를 향해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며 "현시점부터 당 지도부의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 그리고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움의 전선으로 나가자"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를 보면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날 지도부가 제안한 한 예비후보와의 양자 토론회에 대해서는 "후보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사회

더보기
김형재 시의원, 서울관광 3·3·7·7 달성을 위해 관광스타트업 청년창업가 지원 확대 주문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김형재 의원(국민의힘, 강남2)은 지난 4월 29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삼일빌딩에 입주해 있는 서울관광플라자를 방문해 서울관광재단으로부터 운영 현황을 보고받고, 입주 관광스타트업 대표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3·3·7·7 (해외관광객 3천만명, 소비액 300만원, 체류기간 7일, 재방문율 70%) 완수를 위해 서울관광재단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이번 현장방문은 제330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일정의 일환으로 서울관광플라자 내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관광산업 인프라 조성 현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마련되었다. 이날 김형재 의원을 비롯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은 서울마이소울샵, 서울 관광 스타트업 입주공간, 서울의료관광 헬프데스크, 시민관광 아카데미 등 서울관광플라자의 주요 거점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현장방문에서 김 의원은 서울관광재단 길기연 대표이사를 향해 “관광스타트업에 대한 서울관광재단의 공간 지원 및 컨설팅 프로그램은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2030년 기부채납 시설 이전으로 절감되는 임대료 예산의 일부를 청년창업가 지원 확대에 활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김문수 후보 ‘내가 나서면 대선 이길수 있다’는 착각인가? 단순 몽니인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이 ‘단순 갈등’수준을 넘어 ‘꼴볼견’ ‘가관’ ‘x판 오분전’이다. 지난 3일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되면서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는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다. 왜냐하면 김 후보가 세 차례나 치러진 국힘 경선에서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을지문덕’이라며 자신이 후보가 되면 한 후보와 단일화 하겠다는 것을 수차례 밝혔기 때문에 한 후보를 지지하는 국힘당원들이나 중도층이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해 최종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여측이심(如廁二心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으로 김 후보 측이 갑자기 단일화에 몽니를 부리면서 단일화 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물론 김 후보 측의 몽니에는 이유가 있었다. 본인이 국힘 후보인데 국힘 지도부는 한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 전략을 짜고 있고, 본인이 추천한 사무총장(장동혁) 임명을 무시하는 등 선거와 관련한 당무(黨務 당의 사무나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당연히 ‘이건 아니지’라는 꼬라지가 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 지도부와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