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연숙 기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린 지 한 달이 됐지만, 아직 검찰 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주 이 사건의 처분 규모 및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부장검사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장고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다만 검찰 인사가 임박한 만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도 조만간 결론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확히 한 달 전인 지난달 26일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주식회사 삼성물산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또 삼성그룹의 합병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수사팀은 수사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팀은 좀처럼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론이 지연되는 배경 중 하나로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를 두고 생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꼽힌다. 당초 이 지검장은 주례보고에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팀 결론을 보고하고 최종 처분을 윤 총장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22일까지 4주째 주례보고가 서면으로 대체됐다.
대면보고가 불발되면서 중요 사건으로 분류되는 삼성 합병 의혹에 대한 논의도 미뤄진 모습이다.
수사심의위 결론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도 검찰의 고민을 깊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개최된 수사심의위 사례를 비춰보면,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와 다른 결론을 낸 적은 없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도 수사심의위 심의의견을 일정 부분 따르는 방향으로 처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에 그쳐 수사팀이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수사팀이 1년8개월여 동안 수사를 하면서 많은 진술과 물적 증거를 확보해왔다는 점에서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앙지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시한부 기소중지(보류)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따라서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포함해 재판에 넘길 삼성 전·현직 임원의 규모나 적용될 혐의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중앙지검은 지난 19일 부장검사회의를 열고 수사심의위의 권고와 이 부회장 기소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기인사를 앞둔 만큼 이같은 고심도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가 단행되면 수사팀 구성이나 지휘부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결론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르면 이번 주 검찰 고위급 인사가 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장기간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분식회계 등 불법 행위 10여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삼성 측은 합병 등 경영승계 과정에 불법이 없었고, 이 부회장이 이를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은 없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