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청와대는 "정부는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남북 간의 모든 합의를 계속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 관계가 더이상 '대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의 또다른 표현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에 이행 의지가 없다는 점을 근본적으로 의심하자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을 다시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으며, 향후 진정성 있는 규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일종의 '보증' 차원으로 해석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이날 준비해 온 브리핑 문을 낭독하는 것 외에 질문을 받지 않은 것도 청와대 차원의 메시지 외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하기 위한 신중한 태도로 볼 수 있다.
김 차장은 이날 ▲4·27 판문점 선언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 부속합의서 ▲6·4합의서의 부속합의서의 구체적인 조항을 언급하며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그동안 체결했던 남북 간 합의에 모두 위반 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제13조 반출·반입의 승인)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5조 금지행위) ▲항공안전법(제2조·제122조·161조) ▲경찰관 직무집행법(제5조 위험 발생의 방지) 등 관련 조항과 위반시 처벌 조항을 근거로 제시하며 국내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남북 정상 간 신뢰의 상징물로 평가돼 오던 '핫라인'까지 끊은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더이상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2018년 4·27 판문점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5·26 판문점 제2차 남북정상회담, 9·19 평양 제3차 남북정상회담 등 세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다져온 정상 간 신뢰를 거둔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 1년 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는 성찰과 함께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후 3·1절 101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매개로 한 남북 간 방역협력 추진 등 모든 것은 남북 정상간 신뢰 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여느 때보다 위기라고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급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 "그동안의 세월이 유독 남북관계에선 '잃어버린 세월'처럼 느껴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취임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통해 군사적 긴장감이 정점에 달했던 '대결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 전단 살포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남북 합의 사항 이행의 강한 의지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이 거론한 ▲개성공단 시설의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3가지 가운데 군사합의 파기에 해당하는 무력 대응이 북한의 다음 수순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에 따라 최악의 상황으로의 전개를 막아야 한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북한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정부 차원의 탈북자 단체의 처벌 의지 부족에 관한 부분을 해소시키는 것을 통해 향후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올해 계획하고 있는 남북협력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명분도 함께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남북 정상 간 신뢰 회복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은 한결 같았다"면서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