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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쩐모양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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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와 아줌마가 결합된 의미의 ‘줌마렐라’가 한동안 TV를 강타한 적이 있다. 집에서 살림이나 하고 아이나 돌보는 아줌마들 이미지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몸짱 아줌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아줌마’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고 파워도 세졌다. 실제로 부동산 금융 등 재테크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나 소비생활 자체도 아줌마들의 입김이 세진 것도 사실이다. 마케팅에선 이런 ‘아줌마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자녀교육보다 재테크 잘해야’
지금까지 아줌마는 사회에서 의사결정권이 없는 미약한 존재로써 혹은 유행의 추종자로 정의돼 왔다. 그러나 21세기 아줌마들은 자기 삶의 주인공이자 가정의 CEO이다. 프랑스 세계언어사전에서는 ‘아줌마(ajumma)’를 집에서 살림하는 40대 이상의 여자들로 자녀를 다 키운 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 높은 구매력을 가진 한국 특유의 집단‘이라고 정의 돼 있다.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은 최근 아줌마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해부한 ‘아줌마 앤 더 시티(AJUMMA & The City)’란 이색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시대 ‘아줌마들의 삶’을 일목요연하게 그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보고서는 서울 대치동, 목동, 성북동, 평창동 등 6개 지역의 중산층 이상 아줌마 5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구성됐다.
오늘날 ‘럭셔리 아줌마’들은 시부모를 공양하고 자녀 양육을 담당하는 ‘보조적 역할‘ 대신, 부를 확대하고 가정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가족 최고경영자(CEO)’로 거듭나고 있다. 2003년 국내 총생산(GDP)의 약 522조원 중 22%인 115조원을 아줌마가 창출해 냈다는 보고도 있다. 즉 식구들이 입고 먹고 노는 것 등 가족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결정하는 주체가 ‘아줌마’라는 것이다. 실제 2002년 미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가계지출의 80%를 엄마가 주도한다고 한다. 21세기 감성 마케팅은 아줌마가 주도한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아줌마’를 잡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유명 인사를 초정, 각종 투자 관련 세미나를 열고 커피 제조, 꽃꽂이 강좌 등을 연다. 씨티은행 이승준 부장은 “PB센터 고객 중 60%를 차지하는 아줌마들을 위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업계에서도 ‘보석 감정 세미나 등 아줌마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색 세미나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줌마들은 남편이 주는 월급에 의존하기보다 주도적으로 재테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6명꼴(57.2%)로 양육보다 재테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율은 압구정동(72%)과 분당(63%)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2명 중 한 명꼴(48.7%)로 남편 모르는 비자금도 조사 대상의 33.9% 아줌마가 본인 명의의 부동산·동산을 가지고 있으며, 14.3%는 직접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돈을 불리기 위한 재테크에도 열성이다. 10.7%는 재테크를 위해 대출받은 경험이 있고 37.8%는 재테크 강의를 듣거나 관련서적을 읽고 프라이빗 뱅킹(PB)센터를 방문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럭셔리 아줌마 지역적 특성 달라
럭셔리 아줌마들은 수다의 수준도 남다르다. ‘수다’에도 돈 되는 정보가 있다고 생각해 ‘전략적’으로 떤다. 보고서에 등장한 아줌마 67.4%는 ‘모임은 정보교환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럭셔리 아줌마들은 평균 2.52개 모임에 참가하고 있었고 전혀 참가하지 않는 사람은 5.4%에 불과했다. 이런 아줌마들이 참여하는 모임은 주로 동창회(49.7%) 학부모 모임(17.8%), 친목계(13.7%), 동아리(4.3%) 등이었다. 또 아줌마들은 구전 정보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임한다. 57.2%는 쇼핑할 때 주로 남의 의견을 듣고 따르는 편이며 60.4%는 쇼핑 이후 남에게 물건을 추천한다고 했다. 대홍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최숙희 부장은 “아줌마는 정보수집의 주체이자 가정의 ‘패밀리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최고 경영자”라고 말했다.
아줌마들이 전통적인 현모양처에서 ‘쩐모양처(錢母良妻)’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쩐모양처들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재테크로 돈을 불리고 가정경제를 돌보지만 ‘자녀교육’은 아줌마들의 영원한 숙제로 남는다. 가구 내 지출비용도 자녀교육비가 32.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줌마는 사교육비로 월평균 92만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중학생은 70만원, 초등학생은 53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이렇게 자녀교육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자녀의 성공을 통해 사회로부터 인정받으려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럭셔리 아줌마들은 거주지역에 따라 다른 색깔을 띤다. 보고서에 따르면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아줌마는 ‘위대한 유산형’이다. 부의 대물림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테크와 자녀교육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 지역에 사는 74.4%가 자녀 교우 관계까지도 직접 관리할 정도라니 말 다했다.
분당 아줌마는 ‘쇼핑 홀릭형’이다. 명품을 알기 시작한 나이가 18.5세로 6개 지역 중 가장 어렸고 무려 81.1%가 좋은 물건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분당 아줌마의 구전력을 측정해 보니 9일이면 제품에 대한 소문이 분당 전역에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목동 아줌마는 교육정보는 물론 쇼핑과 재테크 정보도 동창회나 학부모 모임에서 얻을 정도로 ‘학연 만능주의형’이 많았다. ‘사교육의 1번지’로 꼽히는 대치동 아줌마의 특징은 역시 열성적인 자녀교육에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빚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간도 내기 쉽지 않아 짬을 내 모임을 참석할 정도로 ‘풍요 속 빈곤’ 상태다.
전통적으로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 평창동은 안정적 경제생활을 토대로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 성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교육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중계동 아줌마는 재테크와 자녀교육에는 자신이 없지만 현재를 즐기는 긍정적 가치관을 보유한 이들이 많았다. 대홍기획 최숙희 부장은 “지역문화와 아줌마들의 성향과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었다”며 “지역사회에서 아줌마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상호 작용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중산층 부부관계는 종속관계가 아닌 인생의 친구이자 동료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편과 친구의 합성어인 ‘허스 프렌드(Hus-friend)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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