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기관 제증명서 수수료 상한액 정책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어려운 의료환경을 더욱 부추길 뿐인데다 환자의 건강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지난 6월 27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해당 고시 제정(안)은 7월21일까지 행정예고절차를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친 후 9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최고 10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는 ‘일반진단서’와 최고 5만원 수준인 ‘MRI 등 진단기록영상 CD 발급’ 수수료의 경우 1만원을 넘지 못하게 된다.
입퇴원확인서 발급 수수료의 경우 현재 최고 2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지만, 고시 제정안이 발령되면 상한금액이 1000원으로 묶인다.
여기에 더해 의료기관은 각 항목별 상한금액을 초과해 징수할 수 없게 된다. 제증명수수료 금액을 변경하려는 경우 변경일 14일 전에 변경 내역을 의료기관 내에 게시해야 한다.
의료계는 이를 두고 의료 현장과 국민건강을 외면한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이하 전국의사회 관계자) 관계자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점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의료진이 발급하는 진단서 등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의학적 판단과 진료기록을 담은 고도의 지식 집약적 문서이다”며 “이를 의료계의 입장을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것은 건강보험의 급여ㆍ비급여 모두를 국가가 통제, 결과적으로 가격의 획일화를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값싼 의료행위를 양산하겠단 의도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럼에도 환자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법률적 책임은 진단서 등을 발급한 의사에게 지우게 된다”며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식 정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발급 의사에게 법률적 책임까지 뒤따르는 중요한 문서이기에 분쟁 가능성 등의 법적인 부담감, 의료인으로서 갖춘 전문지식에 대한 보상의 차원으로 발급 수수료를 의료기관 스스로 정하도록 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물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정부가 발표한 고시는 20여년 전인 1995년, 증명서 발급 수수료 자율관리기준으로 마련했던 진단서 등 각종 제증명 수수료 상한선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수십년 동안의 물가 인상률을 반영하면 현행 관행수가보다 1.7배 이상, 복지부 고시안보다 3배 이상 인상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국민 불편 감소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억제해왔다”며 “정부가 의사들의 이 같은 노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낮게 수수료 상한선을 정했다”고 성토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복지부의 의료기관 제증명서 수수료 상한액정책에 대해 적극 저지에 나설 예정이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진단서 등 가격상한선 설정은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의료전문가 의견을 외면했다”며 “9월 경 행정소송 뿐만 아닌 헌법 소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