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가처분 신청으로 제동이 걸렸다. 당초 롯데그룹은 오는 8월29일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여부를 결정, 10월1일이 분할합병 기일이 될 예정이었으나 가처분 신청에 따라 차질이 생겼다.
지난달 22일 법무법인 바른은 신 전 부회장을 대리해 최근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분할합병절차를 시작한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의 본질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4월26일 지주사 전환을 목적으로 위의 4개사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이를 합병하는 방식의 분할합병을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이를 공시했다. 롯데그룹은 이들 4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각각 분할하고,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분할합병 비율(소수점 세자리까지 표시)은 1 : 1.184 : 8.351 : 1.737의 비율이며, 분할합병비율의 근거가 되는 합병가액은 각각 7만8070원, 86만4374원, 184만2221원, 78만1717원으로 산정됐다. 롯데쇼핑은 매수예정가격을 23만1404원으로 공시했다. 이는 롯데쇼핑 본질가치 86만4374원의 약 27%에 불과한 것으로, 롯데쇼핑의 공시 전일 주가 25만1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 전 부회장 대리인 측은 가처분신청서에서 “롯데쇼핑의 본질가치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과대하게 평가됐다”며 “이에 따르는 경우 롯데쇼핑의 주주들은 공정가치의 경우보다 많은 지주사의 주식을 배정받는 반면에,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주주들은 공정가치의 경우보다 지분율이 감소하게 되는 손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합병가액은 4개사 투자자들의 수익에 직접 관련될 뿐만 아니라, 만약 합병가액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롯데그룹은 지주사 설립 추진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계열사들의 주가도 큰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 위해 진행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신 회장이 밝힌 지배구조 개선 약속에 대한 이행 차원에서 이뤄졌다. 앞서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주사 전환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경영혁신안 발표 당시에도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롯데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에 대해 “선진화된 기업구조형태로의 개편을 통해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그룹을 운영하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롯데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롯데제과는 그룹의 모태로서 투자부문이 존속법인이 되며, 나머지 3개사의 경우 사업부문이 존속법인이 된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신설 투자부문을 흡수 합병해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한다.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자회사 경영평가 및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센스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며,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설 예정이다.
경영 투명성·효율성 증대 기대
롯데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경영상의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을 상호보유하고 있는 해당 4개 회사의 경우 복잡한 순환출자고리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현재 67개까지 줄인 상태이며, 분할합병이 이뤄질 경우 순환출자고리는 18개로 줄어들게 된다.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되면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경영투명성도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중심의 경영문화가 강화되며, 그간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됐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대해서도 시장의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또한 투자(지주)와 사업의 분리를 통해 경영효율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적인 리스크와 투자 관련 리스크를 분리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자회사의 경영 악화로 인한 모회사의 동반 부실도 방지할 수 있다.
사업 재편 용이성도 증대된다. 사업간 분할·매각·인수 시 지분구조의 단순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사업구조 변화로 인한 영향이 지주사 혹은 특정 자회사에 국한돼 의사결정이 용이하다.
각 부문별, 계열사별 책임경영체계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 각 분할회사는 사업부문의 전문성을 제고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각 경영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의사결정체계 확립을 통해 조직효율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 재평가 등 이중 삼중의 절차를 거쳤으며, 주주중심의 기업경영을 실현하고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롯데는 혼란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방해하려는 시도에 법과 규정에 따라 분명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