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수출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16년 우리나라는 수출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며 2년 연속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이는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는 세계 6위에서 8위로 하락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6년 수출입 동향 및 2017년 수출입 전망’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수출은 4955억달러에 그쳐 전년보다 5.9%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증가세로 돌아섰던 수출은 9월과 10월에 감소율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동차 파업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단종 여파 등으로 회복세가 제한됐다. 특히 지난해 1~9월 세계 10대 수출국 중 우리나라의 수출은 -8.5%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타격을 입은 영국(-12.3%)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주력산업 대부분 수출 감소
산업별로는 13대 주력산업 중 컴퓨터(+8.3%)를 제외한 모든 산업의 수출이 감소했다. 석유제품(-17.5%), 디스플레이(-15.6%), 선박(-14.4%), 자동차(-12.5%), 가전(-11.7%)이 전년 동기 대비 10%대의 감소율을 나타냈고 ‘갤럭시노트7’ 단종 영향으로 무선통신기기는 -9.1%를 기록했다. 이 밖에 철강제품, 섬유,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등이 5% 내외의 감소폭을 보였다.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수출 감소를 보인 것에 대해 산업연구원 신현수 연구위원은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그 영향으로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중남미, 중동, 중국 등에 대한 수출이 큰 감소폭을 보였다. 중남미(-17.1%), 중동(-13.8%)으로의 수출은 10%대 감소율을 기록했으며,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9.2% 감소했다. 반면 미국(-4.8%)과 EU(-2.9%)로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수출 감소 장기간 지속
산업연구원(이하 연구원)의 ‘우리나라의 수출회복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수출동향은 다음과 같은 특징 나타내고 있다. 첫째, 지역 및 품목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세계 경기 부진으로 수출물량은 거의 정체상태에 머문 반면, 저유가 및 글로벌 수요부진, 경쟁심화 등으로 수출 단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올해도 세계 경기가 빠른 회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지 않으면서 수출물량은 완만한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수출단가의 회복 여부가 우리나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과거 우리나라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했던 대(對)중국 수출이 이제는 우리나라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우리나라 수출 감소의 1/3 이상이 대중국 수출 감소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대중국 수출 감소가 중국 경기의 둔화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 경제의 구조변화 등에 기인한 것인지를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수출 감소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수출은 외환위기나 IT버블의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년간 감소를 보인 적이 있으나 그 직후 바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2년 연속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2012년 이후 거의 장기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연구원은 “최근의 수출부진은 경기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세계 교역구조의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 2.9% 증가 전망
지난해 수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간 수출은 감소했으나 분기별 증감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분기 -13.6%였던 증감률이 2분기 -6.7%, 3분기 -5.0%로 점차 줄었고 4분기에는 +1.9%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수출 주체·품목·방식의 혁신으로 대기업과 일부 주력품목에 편중된 수출 구조가 중소·중견기업, 소비재 등 유망품목, 온라인 수출 등으로 다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망소비재 수출은 14.3%, 3분기 누계 온라인 수출은 92% 늘었다.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은 2015년 35.9%에서 2016년 1~11월 37.5%로 1.6%포인트 증가했다.
2017년 수출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 및 교역 성장률 개선, 유가 상승 등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2016년 3.1%에서 2017년 3.4%로, 세계 교역은 2.3%에서 3.8%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배럴당 41.41달러였던 두바이유 또한 올해에는 50~55달러 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수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51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신흥국 중심 경기회복에 따른 세계 경제·교역의 소폭 성장과 주력품목 단가상승 및 수요회복 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IT 제품군과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 등 소재산업군이 올해 수출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이며, 선박은 수주잔량 감소로 인해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