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실질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떨어졌다.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 가구의 소득이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소비심리와 기업심리도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나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의 끝을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1%포인트 낮은 0.6%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앞서 제시한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2.7%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이 2.6%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LG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더 낮은 2.5%로 보고 있다.
성장률 목표치에 대해 김영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4분기에 0.1~0.4% 성장할 경우 2.7%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직접 체감하는 경기를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이 지난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GDP가 증가한 가운데 GNI가 감소했다는 것은 실제 소득이 줄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더욱 악화됐다는 의미다.
경기는 ‘최악’인데 물가만 오르나
이 가운데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3%로 나타나 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특히 신선식품지수가 지난 9월에 전년 동월 대비 20.5%, 10월 15.4%, 11월 15.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전기·수도·가스가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6.4% 감소한 반면 농축수산물이 7.9% 올랐다. 지출 목적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4.5%), 음식·숙박(2.1%), 교육(1.5%), 보건(1.1%), 오락·문화(1.2%), 의류·신발(0.6%) 등이 상승했고 교통(-0.2%)은 하락했다.
물가는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더욱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11월 들어 석유류 하락폭이 –5.7%에서 –2.8%로 축소됐다. 1분기 1배럴 당 30.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2분기 43.2달러, 3분기 43.2달러, 10~11월 46.5달러까지 오르며 50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원유 생산량을 기존보다 120만배럴 줄인 3250만배럴로 감산에 합의함에 따라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OPEC의 감산 합의 이후 사흘간 세계 주요 시장에서 국제유가는 두자릿수 급등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국제유가가 50대 중반~60달러 안팎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국내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저물가 고착화는 완화될 수 있으나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물가만 오른다면 내수 경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가 내려갈 때(수요 부진)와 올라갈 때(공급 축소)의 원인이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경기를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유가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우리 경제가 개선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소비자·기업심리는 이미 ‘한파’
지난달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4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505만2153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0.03% 감소했다. 2003년부터 시작한 가계동향 조사 이후 처음으로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것. 4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된 계층으로, 소득과 소비에 있어서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구 소득이 감소했던 2008~2009년 당시에도 40대 가구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소득이 증가했던 연령층이어서 이번 소득 감소가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 대비 6.1포인트 내려간 95.8을 기록했다. 이는 메르스 사태로 급격히 꺾였던 지난해 6월(98.8)보다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장기평균치(2003~2015년)를 기준값 100으로 두고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본다.
앞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8월 101.8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102.4)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한진해운 법정관리,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북한 핵실험 등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내림세로 돌아서며 101.7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박근혜 게이트’까지 터지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더욱 급격하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1월에는 소비자들의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 취업전망지수 모두 급격히 악화됐다. 6개월 전과 현재를 비교하는 현재경기판단지수는 60으로, 전달 대비 1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권인 2009년 3월(34포인트) 이후 최저 수준이다. 6개월 뒤의 전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지수는 16포인트 하락한 64를 나타냈다. 이 역시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2월(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심리도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6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12월 전망치가 91.7을 기록하며 7개월 연속 기준치(10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연말 특수에도 12월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BSI는 매달 전망치가 지난 5월(102.3)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준치를 밑돌며 평균 93.6을 기록했다.
11월 기업 실적치는 부문별로 △내수 96.5 △수출 98 △투자 95.5 △재고(100 이상이면 재고 과잉) 103.5 △고용 97.6 △채산성 96.5 등 △자금사정 100.2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송원근 전경련 본부장은 “불확실성 증대로 소비와 기업 심리가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며 “면역력이 약해지면 사소한 질병에도 크게 고생하듯,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 환경을 위축시키는 작은 요소도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