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청년수당과 관련하여 보건복지위와 갈등을 빚어온 서울시가 지난 3일 청년활동지원사업(일명 청년수당) 대상자 3000명을 선정하고 곧바로 5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4일 오전 서울시에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대상자 결정’에 대해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며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청년수당, 대권가도를 향한 표(票)퓰리즘인가?
새누리당은 지난 4일 지상욱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서울시 청년수당은 박원순 시장의 대권가도를 위한 표(票)퓰리즘이냐, 아님 측근들 사업 챙겨주기용이냐”며 비판했다. 지 대변인은 “서울시가 어제 기습적으로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했다”며 “애초 클린카드로 지급하겠다고 했다가 체크카드로 바꾸더니 아예 현금을 지급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영수증 정산을 철저히 하겠다는데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책”이라며 “도대체 정해진 절차를 이렇게 무시하면서까지 강행하는 이유가 뭐냐”고 재차 비판했다.
강완구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도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저희(복지부)가 취소처분 했기 때문에 오늘 부로 이 사업은 원천 무효 상태라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서울시가 대법원에 제소하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내면서, 가처분이 받아 들여지게 되면 집행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무효”라고 덧붙였다.
강 국장은 현금으로 지급된 청년수당 환수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 사업은 위법하고 서울시는 집행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얘기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환급 의무가 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환급의 의무가 있다, 환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 대변인은 “중앙정부는 서울시 청년지원 사업에 대해 마땅한 해법제시 없이 그저 반대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시장은 전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서울시 청년지원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협조를 간곡히 부탁했지만 대통령과 총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대통령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서울시의 정책이 바로 대통령의 말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청년의 미래는 곧 국가의 미래며, 중앙정부·지방정부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 적절한 해법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현장에서 청년들과 만들어낸 정책”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반년만에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게 청년수당의 당위성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의 청년 지원사업은 기존의 중앙정부 정책에서 포괄하지 못했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고자 노력한 시범 사업”이라며 “수십 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던 정형화된 프로그램 속에 청년들을 가두어서는 청년의 실질적인 삶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시범사업은 현장에서 밀착해서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낸 정책”이라며 “중앙정부와 함께 평가하고, 이후 확대를 논의하자고 지속적으로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은 경제적 곤란을 해소하기 위해 불안정 일자리에 나서게 되고, 결국 제대로 취업준비를 할 수 없어 다시금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정책은 정부 정책의 빈자리를 채워 넣는 유의미한 사업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구직활동이 아닌 개인적 활동에 사용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밝혔고,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청년활동 지원사업이 유스개런티(Youth guarantee)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유스개런티는 그런 내용의 사업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더불어민주장 남인순 의원(보건복지위원·여성가족위원장)은 지난 4일 “청년수당과 공공산후조리원 등 지역의 특성과 수요를 살린 지자체의 복지제도 추진에 대해 복지부 등 중앙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지난해 8월 11일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에서 각 지자체가 사회보장사업으로 실시하는 5891개 사업 중 1496개의 사업이 유사 중복사업이니 이를 정비하라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을 의결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법적 근거조차 없이 지자체의 기존 복지사업을 축소·폐지하거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신규 복지사업 신설을 불수용 하는 것은 지방자치시대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엇갈린 반응
시민단체들은 보건복지부의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시정명령과 관련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지난 3일 사회보장위원회가 입주한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충정로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의 청년수당 시정명령을 비판했다. 이들은 “복지부는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하자마자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면서 “청년의 험난한 삶 앞에서 법률 위반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항의했다. 또 “청년실업문제를 포함해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 일에 중앙정부나 지자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복지부는 청년정책을 내실화하지 못할망정 지자체의 새로운 청년정책 시도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논평에서 “서울시가 예정대로 대법원에 제소할 경우 지리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지급받은 수당은 그림의 떡이 되고 결국 그 부담은 청년수당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쓰고 활동비를 지급받은 2831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복지부와 서울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사회는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서울시의 독단행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서울시의 청년수당 강행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최종 승인없이 이뤄진 것이기에 명백히 법령과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시민 혈세로 시행되는 청년수당 정책에 대한 책임 있는 재논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