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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장수백세

사고의 혼란, 조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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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 사회적 기능 장애... 조기 치료가 핵심


[시사뉴스 정지혜 기자] 강남역 살인사건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범인이 조현병(調鉉病)으로 진료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현병에 대한 우려와 관심, 편견이 증폭되고 있다. 망상과 환각에 빠지는 조현병은 어떤 병이며, 과연 살인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일까?

 

50만 명 정도 환자 수 짐작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과거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이란 병명으로 불린 이 질환은 2011년에 공식 명칭이 조현병으로 바뀌었다. 정신분열병이란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개명된 것이다. 조현(調鉉)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환자의 모습이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임을 표현한 것이다.

조현병의 유병율은 지리, 문화적 차이와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 정도로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약 5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0년에서 2014년간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9만4000명에서 2014년 10만4000명으로 연평균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실제 환자수라기 보다 과거에 비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환자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조현병은 30, 40대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사춘기 및 초기 성인기는 뇌의 성숙화 과정이 활발하게 나타나는 시기”라며, “조현병 환자들은 생물학적인 취약성으로 인해 바로 그 시기에 뇌 성숙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문제로 조현병이 발병한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부적절한 행동하지만 극단적 행동 비율 낮아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망상과 환각이 있다. 이 교수는 “망상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가지고 믿는 것으로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믿는 피해망상,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얘기를 수군댄다고 믿는 관계망상 등이 대표적이다”며, “환각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경험하는 것으로 여러 사람이 환자에 대해서 얘기하는 내용의 소리를 듣는 환청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망상과 환각 외에도 무더운 날에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과 같은 부적절하거나 혼란스러운 생각,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감정 표현이 없어지고 말수나 행동이 줄어드는 음성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망상에 빠지게 되면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하거나 감시한다며 무서워하거나, 남들이 자꾸 자신을 놀리고 흉을 본다며 화를 내게 된다. 환각 때문에 자신을 욕하거나 명령하는 소리가 자꾸 들린다는 얘기도 하고, 심하면 실없이 웃음을 짓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도 보일 수 있다. 그 외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일의 능률이 떨어지거나 혼자만 있으려 하고 얼굴의 표정이 없어지는 등 매우 다양한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우울증 등 다른 정신과 질환이나 신체질환에 의해서도 유사한 증상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꼭 전문의와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흔해 그 비율이 20~40%에 이른다. 자살 시도자 중에서 약 10%정도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또한 증상 때문에 생활습관 관리가 어려워 당뇨,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이번 강남역 사건처럼 살인에 대한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매우 드물다”며 “조현병은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고 꾸준히 관리하면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 때문에 환자와 가족의 병에 대한 인정과 치료가 힘들어지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약물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바로잡아

 

조현병은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질환이지만 최근 약물 요법을 포함한 치료적 접근에 뚜렷한 진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도파민을 비롯한 신경전달 물질의 이상, 전두엽 변연계를 비롯한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 유전적 경향 등 생물학적 원인에 심리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짐작되고 있다.

이 교수는 항정신병약물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가장 중요한 치료법으로 들었다. “약물치료는 조현병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주고, 이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조현병의 재발을 막아줄 수 있다. 그 외에도 망상, 환각의 완화를 위한 인지행동치료, 환자 가족들에 대한 교육, 다시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직업재활 등의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치료가 중심이 됐다면 최근에는 예방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조현병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미리 선별해 약물치료 또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발병을 예방하는 프로그램들이 국외 및 국내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는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 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연구에서는 발병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효과가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를 받으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가 가능한 질병이다. 하지만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하거나 치료를 중단해서 재발한 경우에는 그만큼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조현병이 만성화되고 사회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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