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31일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여야는 서로 선거 판세가 불리하다며 ‘엄살 작전’을 펴고 있다. 전형적인 집토끼 결집 전략이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공천 파동’과 ‘윤상현 욕설 파문’ 등 공천 내홍을 이유로 수도권은 물론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야권분열이 지속되면서 야권 전체가 공멸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 전만 하더라도 목표 의석이 180석이라고 했던 김무성 대표는 최근 들어 ‘과반도 위험한 상황’이라며 지지층 결집에 올인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대구시당을 찾아 “이번 선거는 우리가 꼭 이겨야 할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가장 어려운 총선이 될 것 같다”며“특히 수도권이 그렇다”고 수도권이 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서울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저는 주로 수도권과 충청권, 인천권, 강원권, 제주권의 지원 유세를 다닐 수 밖에 없다”고 수도권 집중 지원유세 계획을 밝혔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도 28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당 후보들이 선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총선 결과나 지지율 추이로 보면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며“현 지지율에서 10~15%는 감하고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본부장은 29일에도 “아무래도 저희 당이 주창한 상향식 공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으로 인해 당내 불협화음이 발생했고, 이것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끼쳐 지지율이 떨어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이 부분이 수도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더민주 역시 앓는 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 야권 단일화가 불발되면 새누리당의 180석 확보는 현실이 된다며 지지층에 '위기론'을 띄우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이날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하는 홍익표 의원 지원 유세에서 “야당이 분열되면 결국 여당 좋은 일만 시킬 수밖에 없다”며“이것(야당 분열)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야당의 구도가 아니다”라고 야권 후보단일화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대로 야당 분열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면 새누리당의 의석을 늘려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도 “야당이 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일반 국민의 성원과 야당의 후보자 연대이며, 이를 실현해야 한다는 소망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더민주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대패다. 지금 봐서는 현재의 모습 그대로 간다면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 즉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할 수 있는 그런 의석은 당연히 차지할 것”이라고 ‘야권 궤멸론’을 폈다.
조 교수는 특히 새누리당의 ‘위기론’제기에 대해, “의도적인 몸 사리기를 하고 있다”며“한편으로는 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야당 지지층의 결집을 해체하고 야권연대를 막기 위한 의도적인 엄살”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역대 총선에서도 서로 자신들이 더 불리한 상황이라며 '엄살작전'으로 일관해왔다. 앞서 19대 총선에서도 여야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의석수를 예측하며 엄살을 부렸다. 당시 새누리당 이혜훈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며“야권이 이기는 곳은 146개이며 야권이 상당히 선전한다면 비례대표를 포함해 190석에 이를 것으로 초반 판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민주당이 190석, 새누리당 70석이라는 얘기는 소가 웃을 얘기”라며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우세 지역이 38개, 경합우세 21개, 경합열세 18개, 열세 87개, 무공천 37개, 혼전 지역이 45개다. 백중 지역에서 모두 이길 때 (민주당이 이기는 곳은) 104개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넘겼고, 민주당은 127석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