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20대 국회의원총선거 후보자를 결정하는 '공천' 작업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공천 성적표가 매우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여야는 당초 정치권의 쇄신, 혁신을 와치며 강도높은 물갈이와 공정한 공천을 예고했지만 양과 질에서 모두 매우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일 현재 새누리당의 현역 공천 탈락 비율은 32.5%, 더민주는 33.3%다. 양당 모두 추가 공천이 남아있어 비율은 다소 변화가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듯 하다.
근래 치러진 총선에서 평균적으로 여당은 40% 안팎의 물갈이가, 야당은 30%대의 물갈이가 이뤄져온 것을 감안하면 기존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조금 못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여야가 모두 대폭 물갈이를 공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쉽다. 물갈이의 내용 역시 여느 총선과 마찬가지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새누리당은 18대 39%(128명중 50명), 19대 46.6%(174명중 81명)의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더민주는 18대 32%, 19대 37.1%(89명 중 33명)의 현역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
이번 공천과정에서 물갈이를 피하기 위해 당을 옮겨다니는 의원들의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누리당에서 낙천된 진영 의원은 더민주행을 고려하고 있고, 더민주에서 공천 자격을 박탈당한 신기남 의원은 민주당으로 옮겼다.
더민주에서 컷오프된 정호준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옮겨 공천을 받았고, 더민주 컷오프자인 전정희의원은 국민의당으로 이적, 경선에 나섰지만 또다시 쓰디쓴 패배를 맛봤다.
◆피튀기는 與공천…진박 ‘황금마차’-비박 ‘피바람’
새누리당에서는 20일 현재 34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유일호·김회선·이종진·김태호·이병석·강창희·이완구·손인춘·송영근·신경림·양창영·박윤옥·이만우·이자스민·조명철·최봉홍 의원 등 17명을 합하면 모두 51명이 물갈이됐다. 재적 157석을 기준으로 현역의원의 32.5%가 물갈이된 셈이다.
단수공천으로 인해 컷오프된 현역 의원은 ▲진영(서울 용산) ▲이재오(서울 은평을) ▲길정우(서울 양천갑) ▲김장실(부산 사하갑)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홍지만(대구 달서갑) ▲서상기(대구 북구을) ▲주호영(대구 수성을) ▲김희국(대구 중남구)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윤상현(인천 남구을) ▲강길부(울산 울주) ▲박대동(울산남을)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이이재(강원 동해삼척) ▲김태환(경북 구미을)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김정록(비례대표) ▲장정은(비례대표) 의원 등 20명이다.
또 경선에서 패배한 의원은 ▲황인자(서울 마포을) ▲민현주(인천 연수을) ▲이운룡(경기 고양시병)▲정문헌(강원 속초고성양양) ▲정윤숙(충북 청주흥덕) ▲정수성(경북 경주)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장윤석(경북 영주문경예천) ▲정희수(경북 영천청도)▲박성호(경남 창원의창) ▲안홍준(경남 창원마산회원) ▲윤명희(비례대표, 경기 이천) ▲이에리사(비례대표, 대전 중구) ▲문정림(비례대표, 서울 도봉갑) 등 14명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드리겠다'고 공언했던 '상향식 공천'도 지키지 못했다.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가 친박에 밀려 뜻을 펴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사실상 공천이 '비박학살' 수준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반면 비박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공천을 받아 '황금마차'를 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스템공천’ 어디로?…‘친노’ 라는 이유로
더민주는 20일까지 모두 31명의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문재인·최재성·홍종학·김용익 의원 등 4명과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으로 공천권을 박탈당한 신기남 의원까지 포함하면 36명의 의원이 물갈이됐다. 20% 컷오프 탈락자 발표일인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재적의원 108명 중 33%가 물갈이된 셈이다.
더민주는 평가결과 하위 20%를 탈락시키는 컷오프를 통해 ▲신계륜(서울 성북을) ▲노영민(충북 청주흥덕을) ▲유인태(서울 도봉을) ▲문희상(경기 의정부갑) ▲송호창(경기 의왕과천) ▲전정희(전북 익산을) ▲김현(비례대표) ▲백군기(비례대표) ▲임수경(비례대표) ▲홍의락(비례대표) 의원 등 10명을 잘라냈다.
이후 더민주는 3선이상의 하위 50%, 재선 이하의 하위 30%를 대상으로 정밀심사를 한 후 공천관리위 가부투표로 추가 컷오프를 단행했다.
더민주는 공식 발표에 앞서 친노계 ▲강기정(광주북갑)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어 ▲정청래(서울 마포을) ▲전병헌(서울 동작갑) ▲이미경(서울 은평갑)▲오영식(서울 강북갑) ▲정호준(서울 중성동을) ▲이해찬(세종) ▲부좌현(경기 안산단원을) ▲강동원(전북 남원순창) ▲최규성(전남 김제완주) 등 모두 10명을 컷오프했다.
경선에서는 ▲유대운(서울 강북을) ▲이목희(금천)▲최동익(동작을)▲김기준(양천갑) ▲장하나(노원갑) ▲박혜자(광주 서갑)▲이상직(전북 전주) ▲김우남(제주을) ▲박민수(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김광진(전남순천) ▲이윤석(전남 영암무안신안)의원 등 11명이 잘려나갔다.
더민주 역시 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에서 김종인 대표로 바뀌며 당초 공언했던 '시스템공천'의 취지가 퇴색됐다. 특히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이 평가결과 하위 50%에 들지 않음에도 낙천되는 등 '시스템'과 거리가 먼 공천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더민주는 당초 후보간 공개토론을 한 후 국민 100%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경선 투표를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토론'이 빠지면서 단순 인기투표식의 경선이 이뤄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창당한 국민의당에서도 '현역기득권'을 깨겠다던 약속이 무색한 공천이 이뤄졌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와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은 경선조차 없는 단수공천을 받았다.
다만 국민의당이 광주 일부 지역구에 한해 실시한 숙의배심원단 경선은 후보자들의 정견발표와 토론 등을 듣고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호평을 받았다.
국민의당에서는 임내현 의원 단 한 명만이 컷오프됐다. 김한길 의원은 단수공천을 받았지만 야권연대 무산의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정희 의원의 경우 더민주에서 컷오프된 후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바꿔 경선에 도전했지만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