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더불어민주당 친노계에 대한 거센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온 친노계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친노 원로격인 문희상 유인태 의원이 낙천된데 이어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이 낙천 위기에 놓인데다 최대계파인 정세균계(범친노)가 잇달아 낙천됐기 때문이다. 친노 강경파는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의 낙천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친노 핵심으로, 문재인 대표 시절 총무본부장을 지냈고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는 최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최근 공천과정을 놓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충분한 설득과 합리적인 공천 결정의 논거들이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의원은 "전에는 '보이지 않는 손'만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이 다 있다고 한다"며 "기준의 타당성, 객관성이 결여되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종인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이들이 있다면 많은 성찰을 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청래 의원이 공천결과에 반발하며 재심을 청구한데 이어 전병헌 의원도 이날 재심을 공식 청구했다.
전 의원은 "이번 컷오프는 표적 공천살인"이라며 "당은 3선 이상 하위 50% 에 대해 정밀심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저는 하위 50% 정밀심사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반발했다.
더민주에서 13일 현재 컷오프(공천배제)된 의원은 18명이다.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문재인·최재성 의원등 4명을 포함하면 22명의 의원의 물갈이가 확정됐다.
이중 원로격인 문희상 유인태 의원, 정세균계인 전병헌·오영식·강기정 의원을 비롯해 신계륜·노영민·정청래·윤후덕·백군기·김현·임수경 의원 등 12명 이상이 친노로 분류된다.
아직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7명의 의원 중에도 5명의 친노가 포함돼, 추가적 칼바람이 예상된다.
13일 현재 이해찬·이미경·설훈·전해철·박혜자·정호준·서영교 의원이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이중 박혜자·정호준 의원을 제외한 5명은 친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에 대한 용퇴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그룹은 문재인 대표가 이끌었던 직전 지도부로, 김종인 비대위체제로의 권한이양을 위해 직을 내려놓은 이들이다.
직전 선출직 최고위원이었던 주승용·정청래·전병헌·오영식·유승희 의원 중 탈당한 주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천을 받지 못했다. 문 대표는 총선불출마를 선언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유승희 의원은 경선을 해야 한다.
친노측의 한 관계자는 "친노 원로와 정세균계가 대거 물갈이되고 정청래 의원 등 문재인계 역시 대거 낙천됐는데, 오히려 탈당한 사람들의 지역구는 비워놓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식이면 누가 당을 지키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 더민주는 김한길(서울 광진갑), 김영환(안산 상록을), 박지원(목포), 김관영(군산), 주승용(여수을) 의원 등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간 의원들의 지역구를 비워놨다. 최재성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김한길 의원은 (탈당으로 인한) 야권 분열의 책임이 있다"며 불출마를 촉구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내보였다.
앞서 문재인 대표와 정청래 의원은 지난 11일 부산에서 진행된 '더더더부산콘서트'를 1시간여 앞둔 시점에서 불참을 통보했다.
문재인계인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이날 부산콘서트에서 "당을 위해 싸운 사람(정청래 의원)을 이렇게 내보내서는 안 된다"며 "무소속 출마를 해서라도 꼭 살아서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당내 친노계들 사이에 김종인 대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3선이상 하위 50%, 재선이하 하위 30%에 대해 정밀심사와 가부투표로 낙천자를 결정하겠다고 해놓고, 하위 50%에 들지도 않은 이해찬 의원 등을 대상으로 칼 끝을 겨눈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