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이성훈 기자]6살 된 아들을 3개월 동안 화장실에 가두고 폭행하는 등 학대하다 숨지자 암매장한 30대 계모와 친아버지에게 어떤 죄가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고(故) 신원영군 사건을 수사 중인 평택경찰서는 13일 계모 김모(38)씨와 친부 신모(38)씨에게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김씨와 신씨는 신군을 그동안 수시로 때리고 밥을 굶기는 등의 학대를 하고 이를 방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구속된 상태다.
구속 사유는 신군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 시점으로, 경찰은 "길에 버렸다"는 이들의 애초 진술과 달리 신군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자세히 살피고 있다.
신군의 시신에서 나타난 장기간 폭행 흔적과 찬물 세례로 인한 저체온증, 오랫동안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영양실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에 따른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소변을 잘 못 가린다는 이유로 신군을 욕실에 감금한 뒤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군이 숨진 지난달 2일 오전까지 하루 1끼 정도만 먹였다.
폭행을 당하다 넘어져 변기에 이마를 부딪친 신군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붕대만 감아 놓은 채 오히려 세제와 찬물을 퍼붓기까지 했다. 신군의 친부인 신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내버려둬 왔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피의자들이 살해에 대한 인식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관건"이라며 "3개월 동안 가두고 때리고, 제대로 응급조치나 끼니 제공이 없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더라도 '부작위'를 적용할지, '미필적 고의'를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방지 의무를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생명에 중대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을 저지른 것만이라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
최근 부천에서 발생한 7살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은 '부작위',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11개월 동안 시신을 미라 상태로 내버려둔 사건은 '미필적 고의'를 적용, 차이점을 나타냈다.
두 사건 모두 '폭행 후 사망'이라는 결과와 시신을 내버려둔 점은 같지만,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여중생이 방치한 시간이 초등생 사건보다 짧았던 점 때문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은 평택 신군 사건도 신체 상태와 폭행 방법·지속시간, 피해자 방치 정황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 형량은 아동학대치사죄가 기본 4∼7년·최대 13년 6월까지이고, 살인죄는 10∼16년이다.
아동학대치사죄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최고 무기징역이지만, 살인죄는 이를 포함해 최고 사형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