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국민의당 지도부가 11일 야권 연대 논의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당이 창당 1개월여 만에 벌어진 분당 위기다.
야권 연대를 강력 주장하며 당 최고위원회에 불참한 김한길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탈당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힌 천정배 공동대표 역시 최고위에 불참, 자신의 뜻을 재확인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천 대표,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안 대표와 결별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공동대표는 야권연대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퇴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 상황에서 3당체제 시도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며 "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지 않으면서 3당으로 우뚝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3당 체제의 정립을 고수하고 있는 안 대표와 선을 그었다.
야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에 그치지 않고 탈당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더민주는 이날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의 공천을 보류했는데, 이같은 결과가 김 위원장과의 향후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이다.
천 대표의 결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천 대표는 안 대표를 향해 '최후통첩'을 날리며 야권 연대 논의를 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천 대표는 이날 최고위 불참 후 야권연대를 촉구하는 시민기구 '총선승리를 위한 수도권연대' 함세웅 신부를 만나 안 대표를 압박했다.
다만 그는 이날 오후 안 대표의 입장 변화를 기다려 보겠다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천 대표는 함 신부를 만나기전 기자들과 만나 "탈당을 성급하게, 감정에 따라 할 일은 아니다"라며 "두 공동대표 사이에 의견이 조정될 때까지 쉬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 역시 야권연대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논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그는 이날 대전 동구의 선병렬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최악의 경우 분당사태를 맞을 수 있는데, 감내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야기들을 나눠보겠다"며 천 대표와의 대화 가능성을 남겨뒀다.
분당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개석상에서 당 지도부가 야권연대와 연대불가 입장으로 갈려 공개적으로 치고받으며 내홍을 예고했다.
안 대표는 "허허벌판 칼바람이 불어도 한 발씩 갈 것"이라며 야권연대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고, 안 대표측 김성식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은 본래 취지대로 뚜벅뚜벅 가야한다"며 안 대표를 지원사격 했다.
김 위원장 측에 주승용 원내대표는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하다가 오히려 호남민심이 우리 당을 외면할 수 있다"며 비(非) 호남지역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