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이변은 없었다.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가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다시 확인한 채 30분 만에 끝이 났다. SDJ 코퍼레이션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 결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요구한 '현 경영진 해임안'과 '신동주 회장 이사 선임안' 등이 모두 주주 과반 이상의 의결로 부결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지분율 28.1%) 지분을 바탕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트 최고재무책임자 등 6명의 경영진을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을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LSI(10.7%) ▲오너일가(7.1%) ▲임원지주회(6.0%) ▲롯데재단(0.2%) 등의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롯데홀딩스 주총 표대결에서 또 다시 승리하며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실상 마무리”
이번 주총 승리는 신동빈 회장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해 롯데가 경영권 분쟁 이후 추진해 오던 호텔롯데 상장과 개혁 드라이브에 걸림돌이 모두 해소됐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상장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텔롯데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까지 지켜내면서 사실상 분쟁은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의 '경영복귀 시 1인당 25억원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1000억엔(1조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해 종업원 복리후생기금 등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에도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신동빈식 개혁 드라이브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등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와 롯데월드타워 완공 같은 역점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이로써 자신의 해임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반발로 촉발됐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롯데는 더 이상 분란 조성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DJ “오는 6월 정기주총서 다시 한번”
이번 주총에서 가장 큰 관심은 최대 주주인 광윤사에 버금가는 지분을 보유한 종업원 지주회(27.8%)의 선택이었다.
이미 광윤사(28.1%) 대표로 올라선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종업원 지주회가 힘을 실어줄 경우 롯데홀딩스 지분율이 과반수를 넘게 돼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복귀 시 1인당 25억원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과 1000억엔(1조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해 종업원 복리후생기금 설립 등의 '종업원 지주회 표심 얻기' 작업에 몰두했지만 종업원 지주회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SDJ코퍼레이션은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의 부당한 압력이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롯데 홀딩스의 임시 주주총회 결과 2대 주주인 종업원 지주회는 참석하지 않고 위임장에 의해 의안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종업원지주회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회원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경영진에 의한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했으나 이러한 사태가 발생해 심히 유감"이라며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종업원 지주회 회원들이 자유로운 의사를 기반으로한 의결권이 행사되도록 현 경영진에게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마지막 변수’
이번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 결과 해를 넘기며 진행되던 롯데가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 오는 6월 정기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현 경영진 교체라는 안건을 다시 올릴 예정이라고 하지만 경영권 탈환 가능성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총결과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1월 임시 주주총회(신동주 부회장 이사 해임), 7월 긴급 이사회(신격호 총괄회장 대표 해임)에서 나온 결과와 같이 신동빈 회장의 우호지분이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마지막 변수가 있다. 바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다.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함에 따라 진행 중인 정신건강 이상 여부에 따라 롯데가 법정 분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신 총괄회장이 성년 후견인에 지정될 경우, 신동주 회장은 명분을 잃게 된다.
신동주 회장은 줄곧 '후계자는 자신이며, 이는 아버지(신 총괄회장)의 뜻'이라고 밝혀왔다. 더욱이 신 총괄회장과 공동명의로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을 상대로 한 한일 다른 소송에서도 명분이 없어 모두 취하해야하는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반대로 신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에 지정되지 않는다면,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명분상 타격을 입게 된다. 아울러 신동주 회장에게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 분위기를 바꿔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신동빈 회장이 이미 이사회를 비롯해 임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경영권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자리이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종식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재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