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선광 기자]노인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명함과 전단 등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가 또다른 보복 범죄를 낳고 있다. 광고물 불법 배포자들과 이들에게 '눈엣가시'인 이 사업 참여 노인들 사이의 불편한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이런저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5일 충북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명함형 전단을 줍던 유모(74·여)씨에게 M16 모형 총기로 'BB탄' 20여 발을 쏜 혐의(폭행)로 김모(23)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 3일 오전 10시5분께 청주시 흥덕구 주택가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대부업체의 명함형 대출 광고전단을 뿌리다 이를 줍던 유모(74·여) 할머니에게 BB탄을 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추운 날씨에 힘들게 전단을 뿌렸는데, 곧바로 이를 주워가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져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그동안 불법 광고물 보상제에 대해 관련 업체 관계자들의 불만 민원과 수거 경쟁에 따른 노인들의 다툼 문제는 종종 발생했지만, 노인에게 직접 위해를 가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청주시는 도심 미관 유지와 노인일자리창출 방안의 하나로 만 65세 이상 시민이 불법 광고물과 현수막을 수거해 읍면동사무소에 가져오면 종류와 수량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
현수막(1500원), 족자형 현수막(500원), 벽보(30원), 명함형전단(20원)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8~9월 '불법 광고물 수거 보상제'를 시범운영한 결과 1196명이 참여해 373만5971장의 불법 광고물을 거둬들였다. 지급한 보상금은 8981만원이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699만5135장의 불법 광고물을 수거했다. 1715명의 노인이 보상금만 1억6200여만원을 받았다.
광고물 수거에 참여한 전체 노인의 20%(335명)는 1인당 월 보상금 최대 한도인 20만원을 받았다. 353명은 10만원 이상의 보상금을 수령했다.
이들은 대부분 종이 상자 등 폐품을 주워 어렵게 생활하던 70세 이상 노인이었다. 올해부터 노인들의 참여가 크게 늘면서 청주시가 마련한 3억원의 예산은 벌써 바닥났다.
A(72·여)씨는 "대부분 용돈벌이 소일거리로 참여했었지만 요즘에는 이 일을 아예 생업으로 삼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며 "불법 광고물이 많은 동네로 노인들이 몰리면서 수거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거리의 미관을 저해하는 불법 전단은 환경 미화를 위해 근절돼야 한다"며 "광고물 수거에 따른 민원과 사건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참여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