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배제 대상인 '하위 20%' 현역 의원들의 명단이 23일 확정됐다. 다만 명단은 해당자들에게 개별통보되며, 25일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하위 20%' 현역 의원들의 명단을 조합할 '키'를 가진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과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여의도 당사를 찾았다. 조 위원장은 이에 앞서 오전 9시 은행을 찾아 금고에 보관중이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찾아왔다.
더민주의 컷오프(공천배제) 명단은 암호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로 두 개의 금고에 나뉘어 보관돼 있었다.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이 은행 금고에 의원별 코드번호가 담긴 USB를 보관하고 있었고, 당 금고에는 코드번호별 평가결과가 담긴 USB가 보관돼 있었다. 당 금고는 당직자가 보관중인 열쇠와 조은 위원장이 알고있는 보안번호를 조합해야 열 수 있으며, 이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관측된다.
더민주는 USB에 담긴 자료를 조합해 하위 20% 명단을 추출했는지의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야권 관계자들은 사실상 컷오프 대상 명단이 확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위원장과 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봉인 상황 등을 공유하고 의원별 통보방식과 절차 등을 논의했다. 이어 회의를 정회하고 오후 4시께 회의를 속개했다.
조은 위원장은 오후 회의시작에 앞서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어디에 갔다왔느냐", "개별연락을 해도 명단이 알려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몰라요, 저는"이라며 답을 하지 않았다.
홍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는 기자들을 만나 "조 위원장이 은행 금고에 보관 중인 USB와 당 금고에 있는 봉인된 자료를 맞춰야 암호를 해독할 수 있다"며 "드라마에서 암호 해독하는 것이 나오듯이 그런 식으로 해놓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별연락이 된 후에는) 재심을 누가 요청할지 몰라도 기다려야 될 것"이라며 "따라서 오늘은 아무 것도 해 줄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 통보 방식에 대해서는 "내용증명을 하면 며칠씩 걸리지 않겠느냐"며 "유선 통보를 한 후 문서로 보내는 방안 등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체계적으로 일하던 사람"이라며 "주먹구구 구멍가게 식으로 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후에 할 수도 있고…"라며 "가급적 신속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이지만 해당자가 해외에 나가있거나 힐링하겠다고 산 속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가급적 빨리 접촉하겠지만, 동네방네 떠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민주 소속 의원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컷오프 대상이 될 경우 늦어도 25일에는 명단이 공개돼 '정치적인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현역의원 20%를 공천에서 배제키로 하고, 지난해 10월28일부터 77일간에 걸쳐 현역의원 평가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역구 21명과 비례 5명 등 25명이 공천에서 원천 배제된다.
다만 탈당한 유성엽·황주홍 의원 등이 평가자료 자체를 제공하지 않았고, 탈당한 안철수·김동철·문병호 의원, 불출마선언을 한 문재인·김성곤·신학용·최재성 의원에 대해서는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아 이들이 하위권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실제 컷오프 대상은 10~16명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