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으나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던 정치인 6명을 다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됨에 따라 검찰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정치권과 검찰에 따르면 더민주당이 이날 제출한 고발장은 지난해 7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으니 재수사를 진행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특별수사팀은 리스트에 오른 총 8명의 정치인 가운데 6명은 증거 불충분 등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최근 재판에서 이를 뒤집을 만한 상황 변수가 생겼으니 이를 감안해 달라는 게 고발장 요지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외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의원 7억원, 홍문종 의원 2억원, 서병수 부산시장 2억원, 유정복 인천시장 3억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발장에서 언급한 변수는 지난달 29일 유죄로 결론 난 이완구(66) 전 총리 재판이다. 당시 1심 법원은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법원은 특히 성 전 회장 사망 전 인터뷰 녹음파일과 메모지는 증거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더민주당이 고발장을 제출한 것은 바로 법원의 증거능력 판단에 주목해 달라는 취지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의 증거 능력에 회의적이었지만 법원은 반대로 판단했기 때문에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 해달라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지난 수사 때는 검찰이 방어적인 판단을 했다. 증거능력이 인정된만큼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하다보면 이 전 총리의 경우처럼 중요 참고인들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재수사 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외견상 신중모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고발된 6명에 대한 수사 개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재수사 절대 불가'에 기울어져 있다. 법원 판단대로 성 전 회장 메모지는 증거 능력이 충분하지만 그 자체로 범죄 혐의를 입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내부 의견이다.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검사는 "기소되지 않은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과 메모지를 뒷받침하는 물증이 없었다. 두 증거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총리 사건과 나머지 6명 정치인 사안은 범죄 구성 요건상 전제 조건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현직 검찰 간부는 "리스트를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소해서 유죄를 받아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라며 "물론 인터뷰 내용과 메모지는 유력한 증거고 단서이지만 당시 수사에서 그 증거에 합치되는 동선이나 자금과 관련한 물증, 진술 등이 확보되지 않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대검찰청 소속 한 검사는 "재수사 여부는 결국 대검찰청 판단에 달렸다고 본다"며 "현재로선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