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해 5·18민주화운동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광주를 방문, 5월 단체를 만나 공식 사과했다.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광주 서구 한 식당에서 차명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김양래 상임이사, 정춘식 5·18유족회장, 김후식 5·18부상자회장, 양희승 5·18구속부상자회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전남지사와 국회의원 박혜자·강기정·신정훈·김영록·이윤석, 이용섭·우윤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 임우진 광주 서구청장, 최영호 남구청장, 민형배 광산구청장 등이 함께했다. '안철수 인사'로 분류되는 윤장현 광주시장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5월 단체 대표들에게 국보위 참여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의 광주 탄압에 대해 절대로, 조금이라도 찬동하지 않는다"며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될 일이 (광주에서)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탄압을 받던 시대를 겪었고 같이 울분을 토했던 사람으로서,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로 국보위에 참여했다"며 "스스로 들어간 것이 결코 아니다. 차출돼 나라를 위해 일을 했지만 국보위에 참여한 것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정권을 바꿀 수 있는 강한 야당이 돼 광주 민주화정신을 뿌리내리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광주와 호남 시민의 바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력하지만 선거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수권태세를 갖추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광주와 호남 만큼 선거에서 전략적인 사고로 투표하는 지역이 드물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심정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당이 제대로 혁신해 수권 태세를 갖춘다면, 다시 한 번 함께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6·25 한국전쟁 당시 광주로 피난을 와 국민학교와 중학교 1학년까지 마친 뒤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며 "외가도 이 근처다. 광주와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5월 단체 대표들은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을 다해 사과한 점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5·18과 관련해 사법처리된 15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광주 정신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호남의 민심이 왜 떠났는지 잘 헤아리길 바란다"며 "광주와 전남지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선 지난 27일 김 위원장은 신군부의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광주 시민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한차례 사과한 바 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급작스럽게 (5·18 같은) 사태를 발생시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데 대해서는 다른분들과 마찬가지로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87년 개헌을 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있었다"며 "과정을 길이 받들어 더많은 민주주의 실현에 최선을 다해 보답할 것이다"고 5·18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국보위 참여 논란에 대해 공식사과하는 것으로 광주 첫 일정을 소화한 김 위원장은 31일 지역기자와 조찬 간담회를 갖고 광주를 찾은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또 4·13 총선지도부와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더민주 광주시당 회의실에서 선거대책회의를 진행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건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한편 이날 식당 앞에서 5·18정신실천연합 회원 10여명은 김 위원장의 5·18민주묘지 참배 등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5월 단체 회원간 고성이 오가는 다툼을 벌이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