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금품공여자가 사망했더라도 그가 남긴 증거들이나 관련자 진술 등에 비춰 이 전 총리의 유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주요인사들에 대한 사실상 첫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는 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총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는 다른 장소도 아닌 선거사무소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했다"며 "객관적인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이 성 전 회장의 육성 진술과 명백하게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무리한 공소 제기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방문했는지, 방문했다 하더라도 이 전 총리와 만났거나 독대했는지, 3000만원을 전달했는지 등 어떤 부분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후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서병수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후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리스트에 오른 인사 중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함께 리스트에 거론된 허태열(71)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69)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61) 의원, 서병수(64) 부산시장, 유정복(59) 인천시장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는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