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일반투자자들에게 회사채를 대거 판매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서민 경제에 타격을 입힌 '동양 사태'의 법정관리인이 되려 직원이 횡령한 돈을 착복해 구속 기소됐다.
법원에 의해 선임된 법정관리인이 기업 관리는커녕 자신의 잇속을 채우다 적발된 만큼 법정관리인 선정 관련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관정)는 ㈜동양 전 관리인 정모(60)씨를 업무상횡령 및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동양 북경사무소 대표자였던 최모(48)씨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최씨가 횡령한 돈 1억82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2013년 10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동양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일해왔다.
최씨는 2014년 3월 중국 북경 ㈜동양 직원 숙소로 사용돼던 아파트 매매대금으로 315만 위안을 받고도 본사에는 210만 위안에 매각한 것으로 허위 보고해 차액 105만 위안(한화 1억7200만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최씨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 회사 재산을 처분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아파트를 매각했다. 최씨는 처분이 어려웠던 아파트 매각을 해결하고 스스로 이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의 감독을 받으며 ㈜동양의 업무를 수행하고 그 재산을 관리·처분해온 정씨는 업무 중 최씨의 범행을 알게 됐지만 법원과 회사 등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법원에 업무보고를 할 때도 최씨의 횡령 사실을 모르는 척 아파트 매각 대금을 허위로 보고했다.
대신 정씨는 최씨에게 횡령한 돈을 모두 받아낸 뒤 1000만원 상당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남은 돈은 집으로 가져갔다. 또 최씨가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 중국 변호사에게 법률 수수료로 준 돈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해 추가로 1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정씨는 2014년 10월 금융권과 법원, 동양피해자대책위원회 등이 추천한 12명의 법정관리인 후보 중 기존 대표이사와 함께 ㈜동양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됐다. 정씨는 동양피해자대책위원회 추천인이었다.
정씨는 관리인으로 일할 당시 법원 파산부의 동양 시멘트 주식 분리매각 방침을 무시하고 일괄 매각 방식을 고집해 법원과 갈등을 빚었다. 노동조합과 채권자 단체, 임직원들에게 법원을 압박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정씨는 이 사실이 재판부에 알려지면서 중도사임했다.
정씨의 횡령 사실은 사임 4개월 뒤 이를 알게 된 ㈜동양의 감사가 법원에 보고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수만명의 피해자들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정씨의 학력과 경력 등이 화려해 법정관리인으로 정씨를 선임하게 됐었다"며 "당시에는 적임자로 보였지만 선임 이후 정씨의 처신이나 업무 처리 등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관리인을 맡은 것을 기화로 해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고 법원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적대적으로 행동했다"며 "정씨가 개인 통장으로 돈을 챙겨 발각이 쉽지 않았지만 범행 인지 이후 바로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 인선 과정에서 더욱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