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이 도래하면서 여야는 각자 집안 싸움을 멈추고 잠정 휴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3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이틀째 지키며 정치일정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전날 고인의 서거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빈소에 달려가 오열했던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잠시 주재한 뒤 다시 빈소로 가 '상주' 역할을 자청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결식이 있는 26일까지) 중요한 회의는 와서 주재를 하겠지만 그 외엔 (계속 빈소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들러 헌화했다.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상도동계 출신인 친박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도 일체 정치적 발언을 삼가한 채 고인을 애도했다.
두 사람은 불과 전주만 하더라도 공천특별기구 구성 문제를 놓고 으르렁 거렸지만 정치적 스승의 죽음 앞에선 정치 현안에 대한 논쟁을 중단한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고인의 영결식이 있는 26일 이후에도 상당 기간 공천 다툼으로 비춰지는 '내부 정쟁'성 발언은 최소화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집안싸움은 물론 여권을 향한 공세도 잠시 멈추는 국면이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당권 연대 제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김 전 대통령 영결식 이후로 잠정 미루는 등 '서거 정국'에 몸을 숙이는 분위기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안박' 연대 제안 수락 여부에 대해, "여러 분들의 말씀을 듣고 있는 중이다"면서 "일단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끝난 다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여야는 그러나 '광화문 집회' 논란에 대해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충돌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이날 안행위에서 "우리가 민주화 운동을 할 때는 한 번도 도구를 이용한 적이 없다"며 "맨 몸으로 시위했다. 시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민주노총 압수수색에서 나온 쇠파이프, 밧줄 등을 언급하며 "이런 것들이 나왔다는 것은 폭력 시위를 하려고 사전에 충분히 모의했다는 증거"라며 "이번 사태는 경찰이 불법 시위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조원진 의원도 "어린 경찰들이 시위대에 의해 맞는 것을 국민들이 다 봤다"며 "경찰들이 차 위에 있는데 이를 넘어뜨리려는 것은 경찰들 압사하라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조 의원은 "시위대의 폭력 전까지는 살수차 사용을 하지 않았다"며 "오죽했으면 저 경찰들 부모들이 나와서 시위를 못하도록 막고 있겠냐"고 반문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은 "시위대도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 적이나 원수 보듯 한다"며 "또 시위대의 피해 상황도 파악해야 하는데, 경찰만 한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임수경 의원도 "시위대가 왜 시위하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이나 해 봤냐"며 "차벽 활용에는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 경찰 1만7000여명이 동원됐는데 이번엔 2만여명이 동원됐다"며 "살수차는 경찰 보유량 전체인 19대가 동원됐다"며 경찰의 과잉 진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