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내 대권라이벌인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전격 제안했지만, 즉각적인 화답은 없었다.
문재인 대표는 18일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특강을 하던 중, "문-안-박이 함께 모일 경우 분명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철수, 박원순 두 분과 당 대표의 권한을 함께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제는 총선이 다가왔고, 다음 총선을 치르고 나면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도록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지도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두 분과) 선거를 치를 공동선대위라든지, 선거기획단이라든지, 선거를 위한 총선 정책공약을 준비하는 그런 총선정책준비단이라든지, 인재영입이라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3명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3명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다음 대선 주자들이다. 그리고 3명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의 어느 후보의 지지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문-안-박 3인 중에 호남을 대표하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가장 이상적으로는 천정배 의원과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천 의원도 함께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시장, 천정배 의원 모두 적극적인 화답은 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고심'을 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나설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천 의원 측은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안 전 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에 대한 화답이 없어서 지난주 말부터 진심캠프, 정책네트워크 내일, 지역 등의 의견을 들으며 '특단의 방안'에 대한 고심을 하고 있었다"며 "이 연장선상에서 문 대표의 제안을 받은 것인데 좀 더 의견을 들어보고 시간이 지나면 응답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입장이 정해지면 기자회견 등 자리를 마련해 정식으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즉각 "시장으로서 나설 수 없다"며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중심이 돼 통합과 혁신의 노력을 열심히 한다면 뒤에서 성원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문 대표는 당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혁신위원회가 혁신을 추진했는데 국민들이 내용을 자세히 모른다"며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혁신의 여러 방향을 잘 협의해 나간다면 손을 못 잡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 측은 그러나 추후 다시 입장 자료를 내 "서울시정에 중심을 두고 전념하면서 현행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돕겠다"며 "당의 통합과 혁신을 모색하자는 제안의 취지에 공감하며 구체적 방법은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하루의 대부분을 시정에 쓰기 때문에 여의도에 가서 계속 논의를 할 수가 없고, 법적으로 선거중립의무가 있어서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선거사무실에도 갈 수 없다"며 "다만 현행 법 내에서 도울 방법이 있는 지 찾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천정배 의원 측 관계자는 "갑자기 왜 그런 말이 나왔는 지 모르겠다"며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별다른 입장을 밝힐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