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의 인질로 잡혀있다가 미군에 의해 구출된 이라크 남성이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뉴욕타임스를 통해 27일(현지시각) 세상에 알렸다.
이라크 경찰 출신인 무함마드 하산 압둘라 알 지부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넘게 햇빛을 볼 수 없었고, IS의 감옥에서 살아나오겠다는 희망은 버린 지 오래였다"고 회상했다.
지부리는 지난 22일 이라크 북부 하위자 읍에서 IS 인질로 잡혀있다가 구출된 아랍인 69명 중 한 명이다. 미군 특수부대가 처형 직전 상황에 놓여 있던 인질 수십 명을 구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질들은 주로 이라크 군인·경찰 출신이거나 이라크·미국 정부와 연관돼 있다고 IS가 의심하는 사람들이었다. 인질로 잡힌 이들은 구타를 당하고 고문을 받았다.
지부리의 불행은 하위자 읍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그의 남동생이 IS의 의심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지부리의 남동생이 도망치자 IS는 지부리와 다른 형제 3명, 사촌들, 80세 먹은 아버지까지 구금하며 강하게 응징했다.
일주일 뒤 IS는 지부리의 형 1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가족들을 풀어줬다. IS는 지부리의 가족들에게 IS의 살해 행위에 대해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부리는 "IS는 냉혹하게 형을 살해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지부리는 다시 IS에 붙잡혔다. IS가 압수한 지부리의 휴대전화에서 미군 2명의 전화번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부리가 2008년 하위자 읍에서 경찰로 재직할 당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번호였다.
지부리는 미군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럴수록 IS의 폭행과 고문은 더 심해질 뿐이었다.
지부리는 "만약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들은 나를 처형할 것이고, '아니다'라고 말하면 혐의를 인정할 때까지 나를 고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질들은 좁은 감옥에서 밤낮 가릴 것 없이 갇혀있었다. 지부리가 갇혀있던 감옥에는 39명이 수감돼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을 정도였다. 감옥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는 IS가 인질들을 참수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나왔다. 인질들은 이 영상을 보도록 강요받았다.
뉴욕타임스가 인터뷰 한 또 다른 인질은 이라크 군인 출신인 무함마드 압둘 아흐메드였다. 아흐메드의 증언에 따르면 IS는 무엇을 입고 어떻게 기도하는지 등에 까다로운 제한을 뒀다.
바지 밑단은 무릎 위로 말아올려야 했고, 기도를 할 때 손과 손가락의 위치까지 지정해주는대로 따라야 했다. 여기에 복종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 IS로부터 의심을 사고 폭행까지 당했다. IS의 '관할 지역(area of control)'을 벗어나려는 시도 역시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되는 행위였다.
새로 잡혀온 인질들은 체계적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라 고문을 당했다. 전기 충격은 물론 호스로 때리고 의식을 잃을 때까지 비닐봉지를 얼굴에 덮어씌웠다. 고문을 하는 과정에서는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음식은 감옥에 던져주는 빵조각이 전부였다.
IS는 인질로 잡힌 사람의 형제를 먼저 참수한 뒤, 잘린 머리를 인질에게 주기도 했다.
한 인질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고문을 끝내기 위해 IS가 덮어씌운 혐의를 인정하고 지문을 찍기도 했다고 밝혔다. 혐의를 인정하면 처형을 당하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어 그렇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