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금요일 밤 강남역 일대에서 택시 잡기란 한 마디로 '전쟁'이다.
손님이 없는 빈차임에도 기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차거부가 발생하고, 아무리 택시를 기다려도 앞에서 가로채는 사람들 때문에 실랑이도 벌어진다.
서울시가 이같은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택시 해피존'을 마련했다.
택시 해피존은 강남역과 신논현역 구간(770m)의 임시 승차대 6개소에서 기다리면 차례대로 택시를 탈 수 있는 구역이다. 승차난이 가장 심각한 금요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운영된다.
택시 해피존이 첫 선을 보인 지난 23일 밤 강남역 일대를 찾았다. '젊음의 거리'라는 별칭답게 거리는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임시 승차대는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방면으로 3개소(준오헤어 앞·CGV 앞·롯데시네마 앞), 신논현역에서 강남역 방면으로 3개소(파고다 앞·지오다노 앞·백암빌딩 앞)가 마련돼 있었다.
오후 11시 롯데시네마 앞. 노란색 발광형 에어간판은 이곳이 택시 해피존임을 말해줬다. 그러나 아직 홍보가 덜 된 탓인지 여전히 차도로 나와 위험천만하게 택시를 잡는 승객들이 적지 않았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형광 조끼를 입고 현장에 투입된 서울시와 자치구 직원들이 이들을 안내하자 비로소 택시 해피존의 존재를 인지하는 모습이었다.
한 20대 초반 여성은 "이런 것(택시 해피존)이 있는 줄 몰랐다"며 "그동안 강남역에 오면 승차거부를 많이 당했는데 괜찮은 정책인 것 같다"고 환영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택시 해피존에 승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맞은편 지오다노 앞에는 20m 가량의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승객들은 오랜 기다림 없이 대기 중인 택시에 순서대로 승차했다.
행선지가 분당이라는 회사원 이희우씨는 "오늘이 특히 금요일이라 (택시가 안 잡힐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지정된 장소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되니까 예전보다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택시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우는 택시 기사에게 건당 3000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인센티브 지급을 놓고 일각에선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아야 할 승차거부 택시에 오히려 시민 세금으로 혜택을 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 이영민씨는 "지난 주에도 2시간 동안 택시를 못 잡아서 중간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걸어갔다"며 "(택시 해피존이) 시행만 잘 되면 3000원 정도는 지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해야 할 점도 눈에 띄었다.
우선 홍보 부족으로 택시가 일부 승차대에만 몰려 일대 교통이 정체된 것이다. 실제로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으로 가는 첫 번째 승차대인 롯데시네마 앞에 택시가 집중돼 직원들이 앞쪽 승차대로 유도했다.
운행 막바지인 오전 2시에 가까워질수록 승객들은 많아지는데 택시는 부족한 상황도 발생했다.
양완수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은 "강남역 일대의 승차난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수요 대비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데 앞으로 더 많은 택시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강남역 일대에서 시범 운영을 실시, 시민 반응을 살필 계획이다. 긍정적으로 평가되면 내년 종로와 홍대입구로 지역을 확대하고, 예산을 편성해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