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 민주당이 13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포함한 대통령선거 출마자들의 첫 번째 TV토론을 개최하면서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한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14일 낮 12시30분) 라스베이거스에서 CNN방송과 페이스북 주관 아래 두 시간에 걸쳐 실시간으로 대선후보 TV토론을 연다. 진행은 CNN방송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가 맡는다.
당내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클린턴 전 장관을 비롯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짐 웹 전 상원의원, 링컨 채피 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또 다른 민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조 바이든 부통령은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까닭에 이번 토론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토론 주제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고용 시장 활성화, 키스톤 송유관 건설, 시리아 내전 사태,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산 등이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는 이번 토론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이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임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업무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지율 하락에 시달린 바 있다.
여타 후보들은 이메일 파문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며 클린턴 후보에게 역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행자 쿠퍼 앵커 역시 관련 내용에 대해 클린턴에게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앤디 스미스 뉴햄프셔대학 설문조사센터장은 현지 매체 더블레이즈에 "클린턴이 이메일 파문에 대한 의문을 어떻게 처리해낼 지는 이번 토론에서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후보가 이메일 스캔들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군소 후보들에게 그의 지지율이 흩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클린턴 후보는 지난 2007년 당내 경선 출마 당시 토론에서 민감한 질문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견지하다 지지도 추락을 맛본 바 있다.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를 추격하고 있는 샌더스 후보에게는 이번 토론회가 자신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진보주의자인 샌더스는 경제적 불평등 타파, 시민 우선주의 등을 강조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해 왔다.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정치블로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비(非) 백인 등 소수계층 사이 낮은 인지도를 샌더스 후보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이번 토론을 통해 샌더스가 해당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클린턴과 샌더스에 이어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오맬리 후보가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역시 관심을 끈다. 샌더스에 대한 '사회주의자' 논란과 힐러리의 이메일 파문이 충돌하면 샌더스 후보는 '어부지리'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오맬리 후보는 "이번 토론은 이 나라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나의 비전은 물론이고, 다른 후보들은 말뿐이었던 점진적 성과를 실제로 이뤄낸 15년 간의 행정 경험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유권자들로부터 이렇다할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웹 후보와 채피 후보가 어떤 자세로 토론에 임하는지 역시 눈여겨 볼 요소다. 이들 후보는 클린턴 등 상위 랭킹후보에 비하면 아직까지 변변한 선거운동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군사외교 분야 경험자인 웹 후보가 본인의 전공을 잘 살리거나, '지나치게 극우적'이라며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채피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적절히 설명해낼 수 있다면 유권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인기 후보자들 사이 자리만 차지하는 '병풍' 신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