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0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로 최소 95명이 희생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조기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터키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날 긴급 안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2명의 자폭테러범이 이번 사건을 저지른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말하면서, 용의자로 극단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쿠르드 반군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 그리고 극좌 정치조직인 혁명민족해방당-전선(DHKP-C)를 지목했다. 이들 조직들 중 어느 쪽도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정치적으로 가장 껄끄러운 3대 세력을 모두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셈이다.
10일 테러 희생자들은 대부분 앙카라 기차역 광장에서 정부와 PKK 간의 유혈충돌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집회에 참석한 쿠르드계 정당 인민민주당(HDP)지지자와 노동계, 시민단체 회원들이었다. 물론 급진파인 PKK가 온건파인 HDP 지지자들을 공격했을 수도 있지만, 현지 전문가 대부분은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있다. 반면 IS가 지난 6월 디야르바크르, 7월 수루크에서 HDP 지지자들을 겨냥한 폭탄테러를 벌였다는 점에서 이번 앙카라 테러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IS가 쿠르드를 타깃을 하는데에는이라크와 시리아 일부지역에서 쿠르드 군조직인 페쉬메르가에 패배한데 대한 보복, 그리고 민족갈등을 촉발해 터키의 혼란을 초래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러 주체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테러가 오는 11월 1일 조기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에 유리하게 작용할 확율이 크다는 점이다.
영국 가디언은 야당이 이번 테러에 친정부 성향의 극우조직이나 극단민족주의 등 '검은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근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IS 대신 PKK거점을 집중 공격하는 등 쿠르드와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강화해 이번 사건을 사실상 초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라하틴 데미르타시 HDP 공동대표는 10일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이번 테러 공격에 관한 정보를 사전 입수하지 못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냐"며, 만약 사전 입수하지 못했다면 정부의 무능을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정부가 사실상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6월 7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AKP는 약 41%를 득표해 전체의석 550석 중 과반(276석)에 크게 모자라는 25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132석, 극우성향의 민족주의행동당(MHP)과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각 80석을 확보했다. 이후 다부토울루 총리가 연정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실패해, 오는 11월 1일 다시 총선이 치러지게 됐다.
11년간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선에서 승리한 후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AKP가 정부 구성에 실패해 아직 개헌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반드시 과반 의석을 차지해 숙원을 이루겠다는 것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