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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셋값 상승 '악순환'…대출 내몰리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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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입자의 실질적 주거비도 이미 전체 소비의 35% 달해

[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1. 경기 수원시에 사는 A(34)씨는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통보에 한숨부터 나왔다. 2년 전 매매가 2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전세 2억원에 계약했는데, 집주인이 올해 8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해서다. A씨는 "주변 전셋값이 하도 올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면서도 "막상 대출을 받아 이자낼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2.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B(33·여)씨는 이사온지 1년이 지나자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자주 찾아보는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 동네 전셋값이 2년마다 1억원씩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내년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큰 폭으로 올려달라고 할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 B씨는 "남편이 혼자 일하는 외벌이이기 때문에 생활비부터 줄일 수 밖에 없다"며 "빚을 내보고 정 안 되면 다시 이사 나가야 한다"고 걱정했다.

전셋값이 갈수록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나마 모아놓은 돈은 고스란히 오른 전셋값을 메우는 데에 써야 하고, 손에 쥐고 있는 돈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빚을 떠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가로 대출을 받고 또 받아 전세금을 겨우 충당하더라도 매달 내야하는 이자 탓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어 대상자를 선별할 수 밖에 없다"며
"이미 대출받았는지 여부, 그리고 대출 총액 및 상환 가능성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밝혀 갈수록 전세금 대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전했다.

국토교통부의 '2014년 주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차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2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기준인 20% 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전세 시스템'을 반영하면 세입자들의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은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전·월세 보증금 보정 슈바베계수(가계 소비지출 중 주거비 비중)'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와 보증부 월세를 반영해 주거비를 산출한 결과 임차가구의 총소비지출 중 34.5%(2014년 기준)가 주거비에 사용됐다. 전체 소비 중 3분의 1이 주거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세입자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전셋값이 끝없이 상승하는 것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사상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전세를 찾는 임차인은 늘고 있어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9월 서울 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은 전·월세 거래 중 36.3%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6%대를 진입했다. 1%대의 은행금리보다 전·월세 전환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 집주인들이 월세 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전·월세 전환율은 7.3%였다.

문제는 전세난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전세가 상승 추세를 보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총수요 부진으로 저물가 현상은 지속되고 있어 내년에도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전세의 월세화, 준전세화 등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월세 등 임대차 제도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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