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3일 4·3항쟁 희생자 재심의 논란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 대표는 이날 제주도청을 방문해 원 지사와 면담을 갖고 일부 보수단체의 주장으로 시작된 4·3 희생자 재심의 논란에 대해 "모처럼 이뤄졌던 화해와 상생을 깨뜨리고 있다" 우려를 표했지만, 원 지사는 "(희생자 지정을) 절대 못 바꾼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문 대표는 "(참여정부의 공식 사과로) 4·3에 대한 법적,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일각에선 4·3이 좌익항쟁이라면서 폄하하기도 하고 요즘에 와선 희생자를 재심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서 모처럼 이뤄졌던 화해와 상생을 깨뜨리고 있다"며 "중앙당에 그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확실한 말씀을 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희생자는 임의로 유족회가 정한 게 아니라 국가기관에서 결정이 된 것"이라면서도 "물론 절대 못 바꾼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결정한 희생자에 대해서 정말 경건하게 추모하고 이걸 통해 화합하는 기조에서 나머지 문제가 있다면 따로 할 얘기"라며 "이걸 섞어버리면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4·3에 대해선 지사님과 의견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우리 당 차원에서 저희가 원래 시작했던 일이니까 저희가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원희룡 지사도 아까 4·3 추념식에서도 그런 의지를 밝혔고 오늘 대화하는 자리에서도 같은 말씀을 되풀이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와 원 지사는 제주 발전을 위한 협치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이뤘다.
문 대표는 용암해수 3단지를 방문한 점을 언급하며 "역시 특별자치도답게 자치권한이 많이 확대돼야 제주도 산업도 발전할 수 있고 특히 제주도의 물류비용 해결도 가능하지 않겠냐"며 생태적 성장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원 지사는 "제주가 갖고 있는 공유자원이 많다. 전기로 가는 자동차를 2030년까지 (상용화 해서) '탄소 없는 섬'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며 "정말 (제주도를) 아시아의 보석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 여당만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되고 초당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일각에서) 국민들의 갈등적인 이슈들, 급식도 얘기하고, 4·3도 갈등으로 몰려고 하고 있다"며 "4·3이든 급식이든 복지재원의 문제든 가급적 국민의 아픔을 끌어안고 통합의 방향 속에서 했으면 좋겠다. 대표님께서 야당을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면 저희도 박수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사실 국민들이 제일 바라는 게 상생과 화합 아니겠나. (원 지사의 경우) 자치장은 여당이고 국회의원은 야당이니 그런 면에서 취임하실 때 협치를 강조하셨는데 다 되지는 않았지만 그 정신은 옳은 정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제도가 서로 연합정치를 하기 어렵다. 연합정치나 협치나, 상생의 정치나 이런 쪽에 정치문화가 (발달이) 안 돼 있다"며 "변화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남경필 (경기)지사나 원희룡 지사의 시도들이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원 지사도 "큰 틀에선 (협치가) 세계적인 흐름 아니겠나.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제주에 맞는 수평적인 거버넌스의 모델을 어려움이 있다고 포기하는 건 아니다"라며 "그건 제가 선심 쓰는 게 아니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조금 어렵긴 하다. 많이 좀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