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과 교원 8만여명이 28일 서울에 운집해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주장하는 '국민연금 강화!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벌였다.
결의대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소속 조합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참여했다.
공투본은 "지난 90여일 동안 진행된 국회 국민대타협기구 활동에도 집권세력의 방해로 최종 타협을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한 항의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강화를 통해 국민 노후 생존권을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공노총 류영록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지난 90일간 대타협기구 위원으로서 정말 죽도록 열심히 했지만, (이룬 것은) 새누리당의 반쪽 연금 개악안을 포기시킨 것 뿐"이라며 "멋진 대타협을 이뤘다고 여러분께 말씀드려야 하나, 그렇지 못하고 있다. 사죄하고 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국가에 봉사와 헌신한 공무원들의 연금은 개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정권의 힘으로 개악한다면 우리 조합원 100만은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무능한 정권이 국민세금을 물먹듯 쓰던 시절이 얼마나 됐나. 그러고 나서 서민 등골을 빼먹으려고 담뱃값 올리고 연금 깎으려 한다"며 "공무원연금을 지키는 것은 공적연금을 지키는 것이고 이는 이 나라 모든 국민의 돈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은 "국가건설자인 교원과 공무원을 세금 좀 먹는 국가파괴자로 호도할 때마다 치솟는 분노만큼 목소리를 더 높였다"며 "일방적인 구조개혁 방식의 연금개악은 앞으로 5년 뒤 되풀이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저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투본은 연금 개혁을 위한 7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더 내는 방향으로 고통분담은 감수·소득대체율 현행 수준 유지 ▲연금 하향평준화 불러올 신규·재직자 분리 수용 불가 ▲재직자와 신규공무원·수급자와 함께 고통 분담 ▲퇴직수당 현행 유지·연금화 저축계정 도입 등 사적연금화 시도 반대 ▲소득비례연금 원칙 훼손 반대 ▲소득단절기간 해소·재고용·임금피크제 수용 반대 ▲ 고액연금 방지 위한 현행 소득상한 1.8배는 일정 수준 하향조정 등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과 심상정 노동당 대표 등도 참석해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보탰다.
홍 의원은 "2009년 정부가 공무원 연금 개혁하면서 보험료율을 27%나 올리고 연금 지급률을 10%나 내렸는데도 여러분들은 다 참아내줬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과 공무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적연금 개혁안 마련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정의당은 실무특위에 전교조 위원장 출신 정진후 의원을 배치했다. 누구보다 여러분의 입장을 잘 대변할 것으로 본다"며 "여러분과 함께 복지국가 달성을 위해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 중에는 전교조 조합원 20여명이 무대 앞으로 나와 실무기구 구성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교조는 "공투본에서 나온 합의안에 대해 전교조는 동의한 바 없다.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공노총과 교총, 공무원노조 일부세력이 야합했다고 본다. 공무원 연금 개악을 또 다시 추진하려는 '실무기구' 구성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식 결의대회가 끝난 뒤 공노총 소속 조합원 7000여명은 여의도 공원에서 국회의사당 앞 국민은행까지 4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을 이어갔다.
아울러 전공노와 전교조 조합원 3000여명은 여의도공원 인근 마포대교 방향 8차선 도로를 점거해 돌발적으로 2차 집회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등을 외치며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5시15분까지 집회를 진행했다.
다만 이 집회로 여의대로에서 마포대교 방향의 교통흐름이 마비되기도 했다. 다행히 집회로 인한 충돌이나 연행자 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강남대로에서는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2500여명(경찰 추산 1200여명)은 '삼성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생활임금 보장 등 처우개선과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논현역에서 2개 차로를 따라 2.1㎞ 가량을 행진한 다음 삼성 사옥 앞에서 후속 집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