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경찰이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55)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김씨의 압수품 중 이적성이 확인된 3개 문건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 대사 피습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씨의 주거지 및 사무실에서 입수한 물품 가운데 외부 감정기관에 의뢰한 30여건 중 10여건에서 이적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찰이 인정한 이적성 확인 문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저술한 '영화예술론'과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단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가 2003년 10월 발간한 '민족의 진로', '정치사상 강좌' 등이다.이외에는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침략적 한미동맹 ▲해방,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동학과 주체사상의 만남 ▲내가 가 본 북한 ▲북 인권문제에 대한 진보적 접근 ▲한반도 평화체제와 주한미군 문제 해결방안 ▲조선민족악기 총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중 1973년 4월10일자로 김정일이 직접 저술한 영화예술론에는 '혁명적인 문학과 예술은 사람들을 위대한 주체사상으로 무장시키며 그들을 혁명가 건설에로 불러일으키는데 있어 매우 큰 작용을 한다'는 내용이 있다.또 정치사상 강좌는 학원가 등에서 주체사상 학습자료로 이용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혁명은 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다.
우리는 100만 학도를 혁명에 선봉대로 자각시켜 이끌고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반미, 반독재 구국운동의 대중화를 실현해 운동에 새로운 지평을 열자.'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아울러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침략적 한미동맹'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침략훈련'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휴전선 이북에서의 작전과 북한정권 제거, 북한군 격멸, 통일여건 조성을 목표로…'라는 설명이 포함됐다.
'동학과 주체사상의 만남'에는 김일성의 항일 투쟁에 대한 설명과 김일성의 주체 사상 연혁이 들어있다.구체적으로 '김일성은 나라가 외세의 침략과 제국주의 열강 속에 처해 있을 때 자생적인 정신문화로 새로운 국가 재건과 민중혁명을 꿈꾸었던 인물', '역사적으로도 김일성의 항일투쟁 경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김일성은 주체라는 자생적인 사회정치적 담론을 돌출함으로서 외세의 압력에 저항하며 자주적인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다' 등의 내용이다.
실제로 김씨는 지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총 7차례 방북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11년 12월에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김정일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기도 했다.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같은 이적성 문건을 집회 참석 시 또는 청계천 등지에서 구입했다. 다만 수사사항이므로 그 이상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김씨는 조사과정에서 "남한에 김일성만한 지도자는 없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발표를 믿을 수 없다" "국보법은 악법이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김씨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전문 석사과정이 있고 논문이 있고, 전공자다"며 이번 피습이 북한과 연계성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김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우산 소속 황상현 변호사 역시 "(김씨의 압수물품 목록에) 불온도서가 없었다"며 "컴퓨터 2대와 구형 하드디스크 8~9개, 옛날에 쓰던 플로피디스크, 구식 핸드폰, 무선호출기 등이 전부였다"고 말한 바 있다. 경찰은 이적표현물 소지 여부가 학술적 연구를 위해서는 활용될 수 있다고 하나 소지자가 과거 어떠한 행적을 취했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또 한 외부감정기관 관계자는 "제 판단은 국보법 제7조 위반 혐의 적용하는데에는 별 문제 없을 걸로 본다"며 "감정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은 한군데만 감정 받는게 아니라 복수로 받는다.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이어 "국보법 제7조 위반 혐의 적용과 관련해 더 중요한 것은 압수수색해서 현재 있는 오프라인 유인물 말고 하드라던지 전산매체를 많이 압수했다"며 "지금 디지털 포렌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하드가 한 두개가 아니어서 그 양이 엄청나다.
서적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더 중요한 게 많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현재 경찰은 김씨의 통화 및 문자 내역과 은행계좌 거래내역 분석을 통해 배후 세력과 국보법 적용을 위한 물증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