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1 충북 보은 경찰서는 독극물 사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 보은의 한 음식점에서 농약이 든 콩나물 밥을 먹고 1명이 숨지고 5명이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나도록 증거나 목격자가 없어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 1999년 5월 학원에 가던 김태완 군이 의문의 남성이 부은 황산을 뒤집어 쓰고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49일 만에 숨진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 김군의 부모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불복, 재항고했다. 재항고마저 기각되면 이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된다.
정부가 피의자나 목격자의 진술,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용의자의 폭을 좁히는 '몽타주' 수사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독극물 분야로 과학수사(법과학) 범위를 확대한다.
대검찰청은 16일 과학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조직을 승격한 과학수사부를 출범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 중 출연연, 대학 등을 대상으로 독극물 검출 등에 필요한 기술개발 연구과제를 공모할 예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치료제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이 활발한 반면 독극물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상당히 부족하다"며 "마약을 포함한 연구과제 제안서를 만들었으며 이르면 다음주부터 한 달 간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번 연구과제에 5년간 총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번 공모전에서 선발되는 연구팀은 대검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건현장에서 수사에 필요로 하는 독극물 관련 기술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국과수 자체적으로도 과학수사 기법을 연구하곤 있지만 대부분 현장에 빠른 시일 내 적용 가능한 1~2년 단기 프로젝트로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또 과거 청산가리, 농약 등으로 한정됐던 독극물이 산업화와 과학기술 발달 등의 영향으로 그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미래부, 대검, 국과수가 과학수사에 힘을 모으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독자적인 과학수사 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독극물 과학수사 기술은 국가별 경제·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나라별 특성에 따라 독극물 범죄 패턴도 다양하고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수사 기술은 다른 기술과 달리 해외에서 들여온다 해도 실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경제대국인 미국에서는 마약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 농업이 발달한 동남아 국가에서는 농약류를 사용한 범죄가, 개발도상국에서는 화학물질에 의한 범죄가 빈번하다.
국과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독극물 범주가 다양해진 데다 인터넷, 택배 등의 발달로 일반인도 독극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됐다"며 "범죄에 사용되는 독극물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짐에 따라 연구협력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