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고심 끝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석한 것은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본회의에 총 124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결 결과 반대 128표, 무효 5표가 나오면서 표 단속에는 일단 성공했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과 무소속 유승우 의원과 정의화 국회의장도 표결에 참여한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이탈표는 최대 9표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당내에서 가장 우려됐던 충청권 이탈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당내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이 후보자의 인준을 저지할 경우, 보수적 성향이 강한 충청 지역에서 내년 총선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충청권 이탈표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새정치연합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표결로 정한 것은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국민여론조사의 취지도 살릴 수 있었던 묘책으로 평가된다. 문 대표의 여론조사 제안은 새누리당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뜬금없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국민의 뜻'을 앞세운 자유표결로 돌파한 셈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단합'을 천명한 상황에서 지난주 출산한 장하나 의원과 시모상을 당한 진선미 의원까지 총집결한 것도 출범한지 일주일을 맞은 문재인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날 표결에는 구속수감 중인 김재윤 의원을 비롯해 해외 체류 중인 5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참석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은 다수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국민들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출산한지 5일밖에 되지 않은 장하나 의원, 시모님 상을 당해 오늘 발인한 진선미 의원까지 다 투표에 참여하면서 확실한 단결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새누리당은 표결에선 승리했지만 국민한테는 졌다"고 평가한 뒤 "우리당 충청권 이탈은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이 표결에 참석키로 한 데에는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단독으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어차피 이 후보자의 인준을 막지도 못하면서 본회를 보이콧한다면 오히려 야당이 '국정 발목을 잡는다'는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어차피 이 후보자가 상처가 날 대로 나지 않았나. 이대로 인준해서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로서 잘 하면 국민에게도 득이고, 야당에도 득"이라면서 "이 후보자가 잘 못할 경우에도 야당으로서는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표결에 참석하자고 호소한 것도 표결 참석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는 "사람이 잘 안 되는 것이나 모든 것에 이유가 있겠지만 제 책임 아니겠나"라며 표결을 호소했고, 의원들은 "원내대표 뜻에 따르겠다"고 호응했다고 한다.
우 원내대표는 "새로운 변화된 야당의 모습을 보이자, 반대하는 모습도 당당하게 전원 투표에 참여하는 게 좋겠다.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자는 취지로 (말했다)"며 "원내 지도부의 뜻을 존중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