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을 체크하고 있다. 앞으로 롯데월드몰과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는 직접 챙기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했다.
올해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경제계 신년인사회' 신년인사회에 참석, "안전 문제는 자신한다"고 강조하며 최근 부실 시공 논란에도 뜻을 굽히지 않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날 신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우스갯소리인지 몰라도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다음 번에 올 때는 썬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리 쇼퍼(고객을 가장해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까지 자청한 상황. 최근에 불거진 롯데월드몰 안전성 논란을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하지만 지난 6일로 개장 100일을 맞은 제2롯데월드의 상황은 신 회장의 표정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10월 숱한 우여곡절 속에 문을 연 제2롯데월드는 임시개장 이후에도 부실 공사 논란이 반복되며 시민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났다.
개장 직후 지하주차장 균열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누수 현상이 나타난 수족관(아쿠아리움)이 전면 폐쇄 됐다. 영화를 보던 중 관람객이 진동을 느껴진다며 영화관을 탈출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협력업체 직원이 추락하는 등 인명사고까지 나왔다. 롯데월드몰은 아직도 임시 개장 상태다.
롯데월드몰의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지난해 10월 10만여 명에서 지난달 1~20일 기준 5만500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하루 평균 주차이용 대수도 같은 기간 769대에서 428대로 감소했다. 롯데월드몰 주차장이 최대 2756대를 동시 수용할 수 있는 크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숫자다.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측은 당초 월 매출이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 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측은 시민들의 발길을 잡고 임시개장 100일을 기념하기 위해 특가세일, 대규모 경품 행사 등을 진행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는 매 주말마다 롯데월드 캐릭터 댄스팀과 백파이프 공연단이 진행하는 퍼레이드와 방문고객 3만여 명에게 롯데 기프트카드,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등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도 이어가고 있다.
방문객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하고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한 상태다. 또 매달 시공 기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안전 이슈를 불식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롯데월드몰은 여전히 침체다.
신 회장이 안전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이유도 이같은 롯데월드몰의 침체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몸부림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안전 문제는 롯데측이 쉽게 풀기 힘든 숙제다.
한 때 IT,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주목받던 강변 테크노마트(서울 광진구 구의동)는 '이상 진동' 등 안전 이슈에 단 한 차례 휘둘렸지만 상권이 급속히 침체됐다. 이 결과 경매시장에 내몰린 감정평가액 7000만원 상당의 점포(공급면적 11.07㎡)는 14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해 9월 단 377만원에 팔렸을 정도다.
이미 롯데월드몰도 일부 매장이 철수하는 사태까지 번진 상황이다.
신 회장은 "입점 매장에 들러 하루 빨리 정상화하겠다"고 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외에는 어떤 약속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롯데측은 아쿠아리움과 롯데시네마 재개장에만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 시민들의 발길을 돌려야 입점 상점들도 살길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영화관, 아쿠아리움 등의 재개장을 하루 빨리 앞당기겠다"며 "이달 말이 목표"라고 밝혔다. 조만간 서울시는 안전 점검 보고서를 전문가와 시민자문단의 점검을 거쳐 영업 재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 발표와 무관하게 신 회장이 롯데월드몰을 지원하고 나선 뒷심이 통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월드몰의 활성화를 위해 나선 것이 임시개장 100일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