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최근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기술금융 대출 실적의 80% 가량을 기존 거래기업을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기울술금융 대출 중 88%가 기존 거래기업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대출실적(1조2782억원, 2013년7월~11월) 중 9973억원(78.0%)은 기존 거래기업에 대출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기업 고객에 대한 대출은 2809억원(21.9%)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취급한 기술금융 대출 9761억원 중 1945억원(19.9%)만이 신규 거래기업에 돌아갔다. 나머지는 모두 기존 거래기업을 통해 올린 실적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금융위위원회가 실시한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기술금융 실적을 포함한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각각 1,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수은행으로 혁신성 평가에서 제외됐지만 높은 기술금융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은행 역시 총 대출액(1조2501억원) 중 12.9% 만이 신규기업 대출이었다.
기술금융은 담보없이 기업의 기술력만을 평가해 대출해주는 제도로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오히려 신규기업에 많은 기술금융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혁신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씨티은행의 경우 총 기술금융 대출액(56억원) 중 58.9%(33억원)가 신규기업 대출이었다. 신한·우리은행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던 하나은행도 총 기술금융 대출액 8042억원 중 4103억원(51.0%)이 신규기업을 통한 실적이었다.
은행권의 신규 기업 지원 평균치(27.0%)를 웃도는 수치다. 결국 실적의 '질'보다는 '양'을 기준으로 은행의 혁신성을 평가한 셈이다.
실제 평가에서도 공급규모에 대한 배점은 총 16점에 달하는 반면 신규기업 지원 평가에 대한 배점은 2점에 불과했다.
신학용 의원은 "기술금융은 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에 맞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고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지원되도록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